살아나는 듯했던 경기가 다시 주춤해지는 양상을 보이자 분양가를 대폭 내려 남은 점포 물량을 매각하려는 상가 분양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일 분양'을 해서라도 미분양 물량을 조기에 털어버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21일 상가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가들이 서울 및 수도권에서 당초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상가 매물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S상가는 최근 1층 가격을 평당 200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35%나 할인해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도심 핵심지역인 강북의 T상가 역시 당초 분양가를 평당 8000만원 이상으로 책정했지만 현재는 6800만원으로 낮춘 상태다.

배후에 1만3000여가구에 달하는 교하지구를 두고 있는 경기 파주지역 S상가는 1층 분양가를 평당 4000만원에서 최근 3300만원으로 17.5% 내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헬스클럽 등 상가 상층부의 입점이 확정됐기 때문에 이 기회에 잔여물량을 털어버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파주의 금촌지구 D상가도 지난해 말까지 평당 2500만원(1층 기준)이던 분양가를 올들어 평당 2200만원으로 300만원 정도 낮췄다.

하지만 상가들은 공식적으로는 세일판매를 부인하고 있다.

기존 계약자들의 항의를 우려해서다.

이 때문에 대부분 고객과의 협상과정에서 슬그머니 할인된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상가들이 이처럼 분양가를 할인해 매각하는 것은 미분양 물량을 조기에 털어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상가 미분양이 장기화할 경우 대출이자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게 상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입점 시기가 임박한 상가일수록 할인 폭이 큰 것이 일반적이다.

박대원 상가뉴스레이다 연구위원은 "상가 입점 때까지 미분양됐을 경우 임대 놓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에 통상 입점 시기가 가까운 상가들의 가격 할인 폭이 크다"면서 "연 6%대로 떨어져 있는 상가수익률이 쉽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 같은 할인분양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