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동사거리에서 이화동사거리까지를 일컫는 대학로는 명동,신촌 일대에 흩어져 있던 소극장들이 옮겨오면서 문화 기능뿐만 아니라 판매,외식,먹거리 상가가 공존하는 복합 상권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이 상권은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대로변을 중심으로 동쪽의 동숭동과 서쪽의 대명거리로 상권 성격이 뚜렷이 구분되는 것.동숭동 쪽 이면골목 음식점이나 카페는 20대 연인들을 비롯 30,40대 중년층도 드나든다.

이곳 음식점이나 카페는 한눈에 봐도 허술한 구석이 없다.

외관이나 내장에 제법 투자를 많이 해 개성이 뚜렷한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고객의 돈 씀씀이도 관대한 편이다.

한 카페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이곳이 싸구려 상권이 아님을 말해준다.

커피는 5500~6000원,샌드위치가 6000~7000원,와인은 5만~6만원이 주종이다.

상가뉴스레이다의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대로변이 아닌 이면골목에서도 패스트푸드나 피자,오무라이스,롤 스시 가게를 열면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와인바나 레스토랑이면 먹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번화한 상권 대로변이 아니면 잘 들어가지 않는 오설록 티하우스(찻집)나 올리브영(드럭스토어)이 동숭동에서는 대로변에서 200m나 더 들어온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주변에 소극장이 밀집돼 있음을 감안,소극장을 애용하는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업종들이다.

소극장 골목 상가에서 외식업을 하려면 일단 매장이 세련돼야 한다.

취급 상품이 피자든,스테이크든,한식이든 촌티 나는 가게는 '왕따'당하기 십상이다.

가격은 다소 높아도 용납되지만 특징이 없는,밋밋한 가게는 손님에게 배척당하는 상권이다.

장사의 과녁은 밤과 주말에 맞춰야 살아남는다.

주변에 오피스가 별로 없기 때문에 평일 점심 장사만으로는 가게 유지가 안 된다.

밤 장사를 위해 메뉴는 식사와 주류가 동시에 해결되는 퓨전 주점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명거리에는 야간에 유동인구가 집중한다.

2~3층짜리의 오래된 건물 일색인 이곳에서 유일한 고층 빌딩은 영화관이 있는 판타지움빌딩뿐이다.

이현승 조인스월드 대표는 "대명 거리는 전형적인 '흐르는 상권'이어서 지나가는 유동인구를 가게 안으로 불러들이기가 지극히 힘든 곳"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거리의 점포 지도는 석 달에 한 번씩 고쳐 그려야 실효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만큼 점주 교체가 심하다는 얘기다.

상가뉴스레이다가 최근 조사한 결과 대명거리에 산재한 총 53개 매장 중 최근 1년간 업종 및 브랜드가 바뀐 사례는 총 22건에 달한다.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다.

이 중 20건은 가게 주인이 바뀐 것이고,2건은 같은 주인이 업종을 전환한 것이다.

같은 대학로 상권인데도 동숭동 쪽의 점주 교체가 거의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상권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표현한다.

여기서는 지갑이 얇은 10,20대 학생 상대의 장사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품이든,액세서리든 5000원 미만이라야 손님들이 물건을 집는다.

전형적인 박리다매형인 셈이다.

동숭동과 달리 비싼 외식점은 꿈도 꿔서는 안 된다.

의류 가게는 사흘이 멀다하고 사라지는 추세임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는 분식점이 제격이다.

성균관대 쪽 거리 초입에 있는 '김가네 김밥' 1호점이 여기서 큰 돈을 번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