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상권도 대로변의 유동인구는 서울 어느 상권 못지않다.

그러나 이들 중 대다수는 취업준비생과 고시생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들의 관심사는 쇼핑이 아니다.

오로지 시험에서 합격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대로변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대화의 주제는 시험이고,시험에 관한 정보다.

취업준비생과 고시생들이 먹여살리는 노량진 상권은 그래서 독특한 성격을 띤다.

이 상권도 대략 세 곳으로 나눠볼 수 있다.

노량진역과 육교 건너편 등에 형성된 대로변 상가,배후 주택가로 올라가는 2차선 도로변 상가,그리고 노량진경찰서 뒤쪽에 형성된 이면골목 상가 등이 바로 그것.

이들 세 구역은 한눈에 보아도 뚜렷이 구별될 만큼 각기 독특한 성격을 띠고 있다.

역을 끼고 있는 대로변과 맞은편 대로변에는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점,신발,의류,화장품 가게가 주류다.

여느 대로변처럼 판매업종 중심이며 유명 브랜드 체인점이 자리잡고 있어 개인이 넘보기에는 벅찬 곳이다.

최근 나온 의류 가게 매물의 경우 권리금 호가만 5억원이다.

신동아아파트와 단독주택가로 올라가는 2차선 도로변은 근린 업종이 유망하다.

이 지역 주민들이 장보기나 외식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6000여가구의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가가 배후 수요기반을 이뤄 업종만 잘 선택하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선식품 소매점이나 배달전문점 반찬전문점 등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대신 주민들 대상의 장사이므로 편의점은 고시원이 밀집한 이면골목으로 내려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이 이미 문을 열고 있어 베이커리점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가족 외식 수요를 충족할 유명 브랜드 체인점도 실패확률이 적다.

이면골목에서 장사할 경우 초점은 이 일대 30여개 공무원시험·고시 학원에 다니는 학원생과 5000여명에 이르는 고시원 거주 인구에 맞춰야 한다.

이들의 특징은 주머니가 얇다는 것이고,패션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트레이닝복과 슬리퍼가 가장 잘 팔리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옷 가게보다는 고시생들의 필수품인 트레이닝복과 슬리퍼,방석 등을 파는 잡화점이 더 짭짤하다"면서 "화장품 가게도 미샤,더페이스샵 등 저가만 먹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일대 음식점들은 대부분 맛이나 서비스보다는 싼맛에 팔리고 몸으로 때우는 식으로 장사를 한다.

이준 FC창업코리아 이사는 "노량진 이면골목 음식점들은 특별한 노하우 없이 오로지 가격낮추기 경쟁만 해온 게 사실"이라면서 "이 같은 이면도로 상권에서 특화된 맛도 없이 인테리어만 약간 고급화해서 객단가를 5000원 선으로 높이는 전략을 쓰는 것은 모험"이라고 충고했다.

골목을 가득 메우는 유동인구를 감안하면 분식점이나 저렴한 테이크아웃 커피점도 유망하다.

고시원생들은 대부분 야행성 체질이다.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은 바로 이면골목에서 제격인 업종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담배 한 종류만 팔아도 가게 꾸려가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다.

학원가인 만큼 학원 교재와 문구를 함께 파는 문구점도 통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