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7시. 송정역 육교앞 먹자골목의 퓨전주점 '지짐이'는 13개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서빙하느라 정신없는 젊은이가 사장인 오선학씨(29). 강남상권인 서초구 방배동에서 여동생과 포장마차를 동업하면서 장사를 익힌 그가 이곳에 혼자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해 12월. 이전 점주가 감자탕집을 하다가 재미를 못 보고 나간 자리였다.

권리금은 없었지만 임대료가 300만원으로 비싸 주변에선 말렸다.

그러나 오 사장 생각은 달랐다.

"단독건물이라 인테리어를 제대로 할 수 있고 횡단보도 앞이라서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 투자금은 3년간 회사생활과 대리운전을 병행하며 모은 7천만원과 대출로 충당했다.

보증금 5000만원 포함 1억3000만원을 들여 개업한 가게는 하루에만 1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한달 순수익만 1000만원에 달한다는 귀띔이다.

그는 곱창,닭갈비,해장국 등 비슷비슷한 한식들 사이에서 뭐가 먹힐까 고민했다.

꽁치구이, 고갈비 등 4900-6900원짜리 안주를 소주, 맥주와 즐길 수 있는 퓨전주점이 해답이었다.

"이곳의 기존 식당들은 새벽 1시면 문을 닫아서 직장인이나 주민, 밤일을 마친 점주들이 밤늦게까지 있을만한 주점을 생각해냈죠. 아파트단지 주변과는 달리 일반주택가 상권에선 가족보다 동료중심 고객이 많아 새벽까지 장사가 될거라 추측했고 예측대로 됐죠." 방배동 술집 테이블당 지출액이 3만5000원이라면 여기는 2만원에 불과하다.

"가격에 민감한만큼 조금만 푸짐해도 손님이 감동을 받습니다"

불경기라 퓨전주점은 어디서나 유행이다.

이 골목도 반년 사이에 두 군데가 더 생겨났다.

같이 뭉쳐 새벽상권을 만들 수 있는 건 좋지만 점점 레드오션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상권이 협소해 다 잘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박과 쪽박이 금방 갈립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