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공항동과 방화동은 서울 서쪽 끝자락이다.

김포공항을 경계선으로 서울이 끝나고 김포가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이들 지역은 서울 시내 여느 동네상권과 별 차이가 없다.

5호선 송정역과 마지막역인 방화역이 두 동네에 자리잡고 있지만 역세권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상권 발달 수준이 미약하다.

엄청난 유동 인구가 뒷받침해 주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배후 주택가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송정역 1,2번 출구 옆에는 대형 건물을 자랑하는 송정초등학교가 자리잡고 있어 가게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맞은 편인 3,4번 출구 옆에만 대로변 상가가 발달돼 있다.

특히 배후에 펼쳐진 단독주택가로 가기 위해서는 4번 출구로 나와 이면도로를 통과하는 마을버스를 타지 않으면 안된다.

'4번 출구∼마을버스 정류장 구간'이 바로 황금입지인 셈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송정 역세권은 단독주택가를 배후 수요기반으로 하는 전형적인 근린상권"이라며 "베이커리,아이스크림,도너츠,이동통신대리점 등 근린업종만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가 화장품 외에 패션업종은 손대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의류 속옷 등 패션업종은 여러 가게가 공존할 만큼 매출이 올라가는 곳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20평을 기준으로 점포 권리금과 보증금을 합쳐 5억원을 호가하고 있어 섣불리 들어갔다가는 본전도 건지기 힘든 상권이란 분석이다.



단독주택가로 들어가는 이면도로변에도 상가가 형성돼 있으나 한 군데 밀집한 형태가 아니라 카센터,약국 등 근린업종 가게들과 뒤섞인 모습이다.

이곳에서 음식점이나 주점을 할 경우에는 주변에 오피스 수요가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무실 직원들의 단체 회식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지역주민들끼리 어울리는 소규모 회식 수요가 전부이므로 투자비용을 많이 들인 대형 음식점을 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이준 FC창업코리아 이사는 "이 일대에 없는 업종이라고 선뜻 사업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중·고생들이 거의 없는 공항동 단독주택가 입구에 편의점을 연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상권에선 세탁업이나 안경점,배달업종 등 근린 업종으로 승부하는 게 실패를 줄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오피스가에서 잘 되는 고깃집보다는 치킨,피자 등 배달업종을 선택하되 서민층 동네에 걸맞게 가격을 파괴해야 손님을 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화동도 대규모 상권이 형성되지 못한 전형적인 근린 상권이다.

좁은 도로변을 따라 상가가 이어지다가 단독주택가 골목을 끼고 재래시장이 발달돼 있다.

그나마 상가다운 상가가 형성된 곳은 방화역세권이 거의 전부다.

방화역 1,2번 출구는 인근 삼익·삼환 아파트 등과 이어지고 3,4번 출구는 동성·방화 아파트 등과 곧바로 연결된다.

주변 상가는 주상복합건물인 '에어뷰21 Ⅰ·Ⅱ'와 상가건물인 '금강프라자'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포 물량 자체가 극히 적다는 얘기다.

대박이 나는 곳도 아니고,그렇다고 금방 망하는 곳도 아니어서 최근 3~4년간 점주 변동이 거의 없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가의 전언이다.

주민들도 멀리까지 나가 돈을 쓰는 성향이 아니어서,주차장을 갖춘 유명 브랜드 외식점이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준 팀장은 "대박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주말에 가족끼리 외식을 즐길 수 있는 중저가 한식점은 블루오션 업종으로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희귀한 세탁점이나 컴퓨터 애프터서비스점도 근린 업종이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기재 '놀부' 과장은 "근처에 주차장을 갖춘 대형 음식점을 찾기 힘들어 매장면적 70여평의 놀부보쌈 가맹점에 평일에도 주부들이 3~4명씩 짝을 지어 몰린다"면서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아 평일보다 30% 정도 매출이 더 나온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