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은 '명품 특별구'다.

우선 대로변 가게의 모습이 서울 여느 상권과 다르다.

외관과 내장을 치장하는 데 공을 들인 명품가게들이 즐비하다.

이면 골목에 흩어져 있는 음식점 주점 등 외식업소들도 허술한 데라곤 없다.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의 눈과 입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런 상권 특성과 조금 벗어난 곳은 청담사거리에서 영동대교 방향 대로변 가게 일부뿐이다.

명품거리로 불리는 청담역 사거리∼청담사거리∼갤러리아명품관 대로변은 명품족들의 취향과 인맥을 꿰고 있는 장사 프로들에게나 어울리는 곳이다.

초보 창업자들에게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명품거리에 투자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건물을 통째로 사서 토털 뷰티숍으로 꾸미는게 괜찮을 것"이라며 "3,4층 건물이라면 대략 50억원 안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거리는 옷 가게 일변도에서 패션·미용 업소가 혼합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디자이너 출신이 가게를 꾸려가는 '디자이너 부티크' 중간 중간에 토털 미용 서비스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것.스파,헤어,네일,피부관리,마사지 등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는 얘기다.

가게 하나만 얻는 것도 만만찮다.

권리금이 1층 20평 기준으로 5억~7억원,보증금이 1억~2억원 선이지만 인테리어비를 평당 300만원 이상 잡아야 하는 까닭에 어떤 업종이든 10억원 가까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담사거리에서 갤러리아백화점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명품거리 뒤편 이면골목에는 음식점과 주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유행을 선도하는 청담동 마니아들의 본거지인 만큼 업종에 관계없이 개성이 뚜렷한 가게들 일색이다.

여느 상권에서나 볼 수 있는 단순한 고깃집,횟집,한식점은 이곳에서 먹히지 않는다.

외국 물을 먹은 20,30대 젊은이들이 선호할 만한 차별화된 메뉴나 매장을 갖추어야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을 하더라도 밖에서 보면 마치 갤러리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강한 이미지를 줘야 한다. 세계맥주전문점 '와바'의 이효복 사장은 "청담동은 마니아들이 뒷골목까지 찾아오는 상권이므로 입지에 매달리기보다 손님들의 취향에 맞는 가게를 만드는게 급선무"라며 "남들이 다 먹는 대중화된 메뉴보다 인도요리,베트남쌀국수,유기농 누들음식과 같은 특색있는 메뉴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장을 꾸밀 때도 좌석을 널찍 널찍하게 배치,다른 손님들과 분리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이 사장은 조언했다.

이럴 경우 한정된 공간에 수용할 수 있는 손님 수가 줄기 때문에 객단가는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

계절별로는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는 여름 한 철이 피크다.

음식점의 경우 메뉴를 이들에 맞춰야 가을과 겨울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다.

어차피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곳이 아니므로 고가의 품위있는 메뉴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이준 FC창업코리아 이사는 "실제 이곳에 가게를 낸 업주들 상당수는 생계형이라기보다 투잡스형 사업가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자신의 본업과 관련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소로 가게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새로 들어가 큰 돈을 벌어 나오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손님 수는 적은 대신 점포임대료와 인건비가 비싼 지역이란 이유에서다.

종업원들도 명품구역에 걸맞게 자부심이 높아 인건비가 비싸다는 설명이다.

이 상권에서 명품구역과 무관한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청담사거리에서 영동대교 방향 대로변이다.

한우갈비로 대박을 터뜨린 음식점 '박대감네'도 이곳에 있다.

대로변에는 오피스빌딩,이면골목으로 들어가면 대우아파트와 단독주택가가 자리잡아 근린업종과 오피스 업종이 뒤섞여 있다.

서준 팀장은 "은행이나 개인사업체 사무실이 많아 문구나 사무용품점이 잘 되는 곳"이라며 "김밥이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은 오피스와 주택가 인구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어 유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