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인 신정길씨(51·서울 방배동)는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지켜볼 때마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씨의 아들 동민군(18)은 인터넷 동영상 강의로 공부하면서 반드시 '빨리보기' 기능을 이용한다.

정상 속도로 강의를 시청하면 답답하다는 것이 아들의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자신이 하면 20~30분씩 걸리는 자료 검색을 아들에게 시키면 5분도 안 돼 끝낸다.

신씨는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빨리 인식한다는 뜻에서 아들에게 '속(速) 제너레이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인터넷을 접해 온 현재 10대 후반의 고등학생에서 20대 초반의 대학생은 업무상의 필요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성세대와 인터넷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학습과 놀이,교우관계 등이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얻는 것 역시 '밥먹는 일'처럼 자연스럽다.

7일 주요 인터넷 업체에 따르면 '속 제너레이션'이 온라인 정보를 파악하는 속도는 인터넷에 비교적 익숙하다는 20대 중·후반이나 30대와는 확연하게 구분될 만큼 빠르다.

1만5000여명을 표본 조사해 인터넷 사이트의 방문자 통계를 내고 있는 메트릭스가 지난 5월29일부터 6월4일까지 연령대별 접속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대에서 20대 초반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검색한 웹페이지의 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경우 1분에 검색한 웹페이지의 수가 0~14세 2.23개,15~19세 2.03개,20~24세 1.93개,25~29세 1.64개,30~34세 1.61개 등으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검색 속도가 빨랐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 빨리보기'도 '속 제너레이션'이 만든 신(新)문화다.

고등학생 대상 교육사이트인 메가스터디가 4월28일부터 5월8일까지 10일간 온라인 동영상 강좌를 들은 학생 5만1220명의 강의 시청 속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의 학생이 강의를 빨리 듣고 있었다.

회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속도는 '정상'이었지만 그 비중은 전체의 29%에 불과했다.

69%에 달하는 고속 시청자들 중에서는 1.2배속과 1.4배속이 각각 전체 시청자의 19%씩을 차지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본부장은 "학생들의 게시판을 살펴보면 적어도 1.6배속 이상으로 강의를 들어야 '인강 고수(인강은 인터넷 강의의 준말)' 소리를 듣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속 제너레이션'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면 최단 시간에 원하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온라인 기업들만이 생존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가장 빨리 변하고 있는 곳은 네티즌들이 궁금한 점을 묻는 공간인 'Q&A 게시판'.1~2년 전만 해도 질문을 올리면 하루 정도 지난 후 운영자가 답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답을 띄우는 게시판이 많아졌다.

중학생 대상 교육사이트인 두산에듀 클럽의 경우 지난 중간고사 기간 중 이뤄진 5000건에 달하는 강의와 관련한 질문 가운데 90%가 질문을 올린 후 1시간 내에 간단한 약식의 답이 올라오는 '속전속결 게시판'에 몰렸다.

업계에선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필요한 키보드 타이핑 횟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 대부분이 '찜리스트''장바구니'와 같은 기능을 도입한 것도 미리 상품을 검색해 두고 돈이 마련되면 별도의 추가 검색 없이 상품을 구입하는 특징이 있는 젊은 고객들을 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