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은 '올인원' 상권이다. 1차(음식점)-2차(유흥주점)-3차(모텔)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주점도 20개 가까이 돼 메인골목은 새벽까지 흥청거린다. 일부 단란주점은 가락동에서까지 손님을 싣고 온다.

주요 고객은 30~40대 직장인. 잠실리시온 등 구내식당이 없는 오피스빌딩에서는 식사시간이면 사람들이 물밀 듯 쏟아져 나온다. 김기범 ING생명 재정설계사 역시 점심 저녁을 모두 이곳에서 해결한다. "회식도 주로 여기서 합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해도 맛있는 곳이 제법 많아요."

숯불갈비집 '진수성찬'은 규모로 승부한다. 올해 초 5억원에 인수된 이 가게는 테이블을 29개(테이블당 좌석 4개)나 마련해 직장인 회식자리로 인기가 높다.

박정희 실장은 "한꺼번에 40명 이상 회식을 해도 자리가 절반 이상 남기 때문에 좌석이 모자라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없다"며 "예약하면 버스로 모시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상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진수성찬'은 저녁시간에만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지출액) 8000~9000원에 테이블이 2~3회 회전하며 잘 되는 음식점으로 손꼽힌다.

'양보다는 맛으로 승부하는 집'이 살아남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10평짜리 과메기집을 운영하는 '식도락' 김주익 사장은 가게가 작아 어렵다면서도 3년을 버텼다. 보증금 1000만원 등 2억원을 들여 문을 연 그는 주변에서 장하다는 칭찬을 듣는다고 했다. 곱창집이 개업 일주일 만에 영업을 중단했고 감자탕집도 업종을 바꾸는 마당에 용케 잘 버틴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20평은 돼야 단체손님을 받는데 그렇지 못해 매출이 도통 오르지 않는다"면서도 "근근이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이유는 순전히 맛있다는 입소문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이 곳에선 직장인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지 못하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저가 라면 프랜차이즈와 1인분에 3500원하는 삼겹살집 등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맛집을 검색해 찾아오는 손님도 유독 많다.

상인들은 주변 아파트가 재건축을 마치면 상권의 특성이 바뀔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새로 생겨 가족이나 주부모임이 늘어나면 점심과 저녁 일변도의 영업에서 벗어나 오후 장사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달 전 개업한 '강릉집(횟집)' 오재혁 사장은 방이동에서 4년간 부동산중개업을 하다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오 사장은 "2억~3억원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뿐이라고 생각했다"며 "전망이 매우 밝아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월수익이 1000만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40평 매장에 권리금 1억2000만원을 포함해 총 3억원을 투자했으며 월세로 400만원을 내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