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스튜어디스 경험 살려 피부관리실 창업한 오승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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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시간 넘게 하늘에서 지내다 보니'붕 떠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땅을 밟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죠."
12년간 하늘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오승희씨(35)는 작년 12월 땅에 정착하는 꿈을 이뤘다.
피부관리실 원장이라는 새 명함과 함께.
"12년간 승무원을 하면서 밥을 지어먹은 횟수보다 창업한 뒤 6개월 동안 해먹은 횟수가 더 많을 걸요."
주말도 없이 비행일정을 따라야 하는 승무원 생활이 재미도,보람도 있었지만 가족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던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결혼한 지 8년 만에 첫 아이를 임신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다.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둔 동료 승무원들은 대부분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지만 오씨는 달랐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서 승무원 팀장격인 '톱 시니어'지위까지 올랐는데 그 경험을 그냥 버리긴 아쉬웠죠."
대안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서 나왔다.
22세부터 열심히 찾았던 피부관리실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
"해외에서도 틈틈이 책을 찾아 읽을 정도로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 일이면 평생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출퇴근이 확실해 아이를 돌보기에도 좋을 거 같았고요."
확신을 가진 그는 3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프랜차이즈 피부관리실 '이지은 레드클럽' 일산 주엽점을 열었다.
그는 원장으로서 경영에만 집중하고 피부관리는 관리사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고객서비스가 핵심인 승무원 일을 해봤기에 고객관리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방문할 때가 된 회원들에게 전화를 해 안부를 묻는 것은 기본.
피부에 문제가 생긴 손님에겐 새로 나온 화장품을,오랜만에 들른 고객에겐 손수 만든 액세서리를 선물했다.
"일산은 회원이 대부분 주부들이라 동네 맛집,어린이집,쇼핑몰 등에 대해 수다를 떨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
마사지가 끝나도 얘기를 나누느라 일어나지 않는 손님들이 많아요."
무엇보다 몸에 배인 미소와 긍정적 태도는 가장 큰 자산이었다.
"늘 환하게 웃고 있으니까 손님들이 먼저 '전직이 무엇이냐'고 묻더군요."
입소문이 돌면 반은 성공이었다.
반년 만에 월 매출이 15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뛰었고 손님은 하루 25명에 이른다.
본사 손재범 기획팀장도 주엽점을 최우수지점으로 꼽았다.
원장의 대인관계 능력이 매출을 좌우하는 좋은 사례라는 설명이다.
한 사람에 1시간30분 이상 충분히 정성을 들이기 위해 예약손님만 받는다.
5000원짜리 기본서비스에도 발마사지를 해주고 모든 얼굴마사지 고객에게 어깨까지 안마해준다.
"피부관리실이 같은 건물에만 2군데,옆 건물에도 3군데나 있어 경쟁이 심해요."
창업 초기엔 한 달에 두세번씩 경쟁업체에 '잠입'해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오씨는 승부근성이 남달랐다.
주력 서비스는 피부탄력 관리코스로 10회에 30만원대이고,고주파기기를 이용한 고급관리는 45만원 정도로 다른 곳보다 20% 정도 저렴하다.
부부와 연인을 위한 커플룸은 결혼철인 4~5월엔 빈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인기라고 오씨는 자랑했다.
"단순히 장사가 잘 된다는 평가에 머물고 싶진 않아요.
틈틈이 해외 뷰티잡지나 관련 책들을 주문해 읽으면서 서비스 업그레이드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오씨는 내년쯤 남성전용 피부관리실을 열 계획이다.
그의 성공은 동료 승무원들에게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동료 송선희씨(40)도 오씨에게서 자신감을 얻어 지난 24일 신촌에 피부관리실을 열었다.
송씨는 "승무원들은 서비스에는 강하지만 영업엔 우물 안 개구리들이라 창업은 엄두를 잘 내지 못하는데 오씨는 선구자인 셈"이라면서 "요즘도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조언과 용기를 구하는 멘토"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오씨의 애로는 사업이 아닌 다른 데 있다. 맞벌이 부부들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 여건이 너무 안돼 있다는 것.
"최근 정부에서 출산장려정책이라며 여러가지 정책을 쏟아내는데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국민 설문조사라도 한 번 했으면 좋겠어요."
임신 8개월인 예비엄마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뭘까?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확충하는 게 가장 급하죠."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땅을 밟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죠."
12년간 하늘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오승희씨(35)는 작년 12월 땅에 정착하는 꿈을 이뤘다.
피부관리실 원장이라는 새 명함과 함께.
"12년간 승무원을 하면서 밥을 지어먹은 횟수보다 창업한 뒤 6개월 동안 해먹은 횟수가 더 많을 걸요."
주말도 없이 비행일정을 따라야 하는 승무원 생활이 재미도,보람도 있었지만 가족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던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결혼한 지 8년 만에 첫 아이를 임신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다.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둔 동료 승무원들은 대부분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지만 오씨는 달랐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서 승무원 팀장격인 '톱 시니어'지위까지 올랐는데 그 경험을 그냥 버리긴 아쉬웠죠."
대안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서 나왔다.
22세부터 열심히 찾았던 피부관리실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
"해외에서도 틈틈이 책을 찾아 읽을 정도로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 일이면 평생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출퇴근이 확실해 아이를 돌보기에도 좋을 거 같았고요."
확신을 가진 그는 3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프랜차이즈 피부관리실 '이지은 레드클럽' 일산 주엽점을 열었다.
그는 원장으로서 경영에만 집중하고 피부관리는 관리사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고객서비스가 핵심인 승무원 일을 해봤기에 고객관리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방문할 때가 된 회원들에게 전화를 해 안부를 묻는 것은 기본.
피부에 문제가 생긴 손님에겐 새로 나온 화장품을,오랜만에 들른 고객에겐 손수 만든 액세서리를 선물했다.
"일산은 회원이 대부분 주부들이라 동네 맛집,어린이집,쇼핑몰 등에 대해 수다를 떨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
마사지가 끝나도 얘기를 나누느라 일어나지 않는 손님들이 많아요."
무엇보다 몸에 배인 미소와 긍정적 태도는 가장 큰 자산이었다.
"늘 환하게 웃고 있으니까 손님들이 먼저 '전직이 무엇이냐'고 묻더군요."
입소문이 돌면 반은 성공이었다.
반년 만에 월 매출이 15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뛰었고 손님은 하루 25명에 이른다.
본사 손재범 기획팀장도 주엽점을 최우수지점으로 꼽았다.
원장의 대인관계 능력이 매출을 좌우하는 좋은 사례라는 설명이다.
한 사람에 1시간30분 이상 충분히 정성을 들이기 위해 예약손님만 받는다.
5000원짜리 기본서비스에도 발마사지를 해주고 모든 얼굴마사지 고객에게 어깨까지 안마해준다.
"피부관리실이 같은 건물에만 2군데,옆 건물에도 3군데나 있어 경쟁이 심해요."
창업 초기엔 한 달에 두세번씩 경쟁업체에 '잠입'해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오씨는 승부근성이 남달랐다.
주력 서비스는 피부탄력 관리코스로 10회에 30만원대이고,고주파기기를 이용한 고급관리는 45만원 정도로 다른 곳보다 20% 정도 저렴하다.
부부와 연인을 위한 커플룸은 결혼철인 4~5월엔 빈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인기라고 오씨는 자랑했다.
"단순히 장사가 잘 된다는 평가에 머물고 싶진 않아요.
틈틈이 해외 뷰티잡지나 관련 책들을 주문해 읽으면서 서비스 업그레이드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오씨는 내년쯤 남성전용 피부관리실을 열 계획이다.
그의 성공은 동료 승무원들에게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동료 송선희씨(40)도 오씨에게서 자신감을 얻어 지난 24일 신촌에 피부관리실을 열었다.
송씨는 "승무원들은 서비스에는 강하지만 영업엔 우물 안 개구리들이라 창업은 엄두를 잘 내지 못하는데 오씨는 선구자인 셈"이라면서 "요즘도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조언과 용기를 구하는 멘토"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오씨의 애로는 사업이 아닌 다른 데 있다. 맞벌이 부부들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 여건이 너무 안돼 있다는 것.
"최근 정부에서 출산장려정책이라며 여러가지 정책을 쏟아내는데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국민 설문조사라도 한 번 했으면 좋겠어요."
임신 8개월인 예비엄마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뭘까?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확충하는 게 가장 급하죠."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