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이 패션과 음식이 모두 갖춰진 복합 상권이라고 한다면 정자역은 먹거리 위주로 구성된 외식 상권이다.

SKC&C 건물 주변 지역에는 직장인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의 식당들이,주상복합 아이파크 주변의 로데오 거리 쪽은 제2의 청담동이라고 불릴 만큼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두 곳 다 2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해 아직 상권의 모습이 다 갖춰지지는 못했다.

아이파크 주변 로데오 거리는 대부분 샌드위치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이뤄져 있다.

음식점들에 테라스가 있는 곳이 많아서 파리의 카페 거리를 연상하게 한다.

주중에는 점심 시간에 인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장사한다.

주말에는 분당 전 지역이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정자역 로데오 거리는 유명세만큼 수익이 보장되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 이 곳 점주들의 반응이다.

외식업이라는 한 업종만 특화돼 있기 때문에 유동 인구가 제한적인 탓이다.

최근 고가 의류점이 생기고 있기는 하지만 서현역의 영향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로데오 거리 안 부동산 관계인은 "여기 가게들이 분양된 지 2년이 다 돼 임대차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게들 중 3분의 1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재계약을 못하고 나가는 점포 중 대다수를 의류점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C&C 건물 쪽은 NHN,킨스타워 등도 같이 들어서 있어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이다.

하지만 주변 건물에 연구 인력이 많은 탓에 면적 대비 상주 인구가 적어 상권이 성장하는 데 지장을 주고 있다.

이 곳 부동산 관계자는 "처음 건물들이 생길 때는 1만명 정도 들어올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5000명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식당들마다 겹치는 메뉴가 많은 것을 봐도 고객 수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적으로 만드는 음식이 있어도 소비자 수가 한정되다 보니 삼겹살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도 같이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아파트가 있기는 하지만 이 상권으로 유입되지는 않는다.

모텔이나 단란주점 같은 혐오 시설이 들어서 있어 가족들이 주말에 함께 오기에 적당치 않아서다.

로데오 거리나 SKC&C 주변 상권 모두 인근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상가 임대료가 함께 올라가는 것도 점주들의 부담이 된다.

집값이 오른다고 거주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자역 상권은 주변이 고속도로와 개천으로 막혀 있어 앞으로 커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