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소자본 창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소자본 창업자 무료 경영컨설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대상은 소자본 자영업자와 초보창업자들입니다.

고민내용을 알려주시면 창업컨설턴트,변호사,회계사,상권분석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영컨설팅 봉사단 자문위원들이 매장을 실사한 뒤 문제점을 진단,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상담접수는 전화(02-514-4855) 또는 이메일(cdkang@hankyung.com/joinsworld@paran.com)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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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 저는 전북 군산시 조촌동에서 '블랙호프'란 이름의 맥주점을 운영하는 오정희(가명·50)라고 합니다.

제 가게는 시내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진 변두리 동네 상권에 위치해 있습니다.

매장 면적은 약 30평으로 탁자 8개를 놓아 30명 정도 앉으면 가게가 꽉 차는 형편이죠.

그런데 문제는 지난 4월1일 개점한 후 한 번도 가게가 꽉 찬 적이 없었다는 거지요.

하루 평균 12만원 정도 매출이 오르니 한 달 꼬박 일해 봐야 360만원을 넘지 못해요.

여기서 재료비 130만원과 월세 30만원,가게 관리비 15만원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200만원이 채 안 되지요.

같이 일하는 동생과 절반씩 나누면 문자 그대로 '입에 풀칠하는 정도'입니다.

순익은 고사하고 인건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적자 경영'인 셈이죠.이 때문에 대학 다니는 두 아들은 학비와 용돈을 각자 해결하고 있어요.

엄마로서 정말 마음 아픈 일입니다.

사실 장사 '장'자도 모르는 제가 장사에 뛰어든 건 IMF 환란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남편이 IMF 환란 때 명퇴하고 사업을 하다 그만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음식점 장사에 나선 거지요.

군산 일대 유명한 유원지로 꼽히는 금강하구 둑에서 냉면과 떡갈비를 취급하는 음식점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했었어요.

첫 경험이어서 별 재미도 못 보고 투자금 1억원 중 빚 잔치하고 나니까 3000만원 정도 남더라고요.

이 돈으로 두 번째 창업한 게 바로 블랙호프입니다.

돈이 부족해 시내 중심가에 가게를 얻을 형편이 안 되고 해서 함께 일할 동생이 사는 조촌동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게 시세는 권리금 1000만원,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만원입니다.

4개월째 실질적인 적자 행진을 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저도 곰곰이 생각해 보곤 하지요.

우선 전 점주의 매장과 시설을 그대로 물려받아 전혀 손 대지 않은 게 패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인 전 점주는 조기 축구회를 비롯해 인맥이 넓었어요.

인테리어가 멋지고 안주 맛이 기가 막혀 가게를 찾는 게 아니라 순전히 인맥으로 장사를 한 겁니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동네 사람들도 주인을 보러 멀리서 오는 겁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결정적으로 취약점을 안고 있지요.

안주 맛이 별로 뛰어난 게 없는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지요.

제가 원래 직장 생활을 오래해 요리 솜씨가 그리 뛰어나다고 자부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마케팅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모자라 전단 한 장 돌리지 못했어요.

지금도 소극적인 마케팅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건 돈이 부족한 데다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가게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이상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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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적 주택가 상권...입지는 좋은편

◆ 상권분석 해보니

조촌동에는 관공서와 교육기관이 각각 7개 있습니다.

이 밖에 2개의 금융회사와 4개의 여가 및 서비스 시설도 문을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설들은 블랙호프 가게의 영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호프집을 기준으로 반경 500m 이내의 총 인구는 약 1만명 정도이며 20대(17%)와 30대(16.5%)가 거주 인구 연령대에서 다소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촌동의 생활 수준은 군산시에서 중·하위 수준이며 자영업자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가게가 위치한 곳은 전형적인 동네 상권으로 1500여가구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직접적인 고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형적 조건을 보면 아파트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 소비하기 힘든 이른바 '항아리 상권'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점포 수도 그리 많지 않아 수요 기반은 괜찮아 보입니다.

특히 아파트 단지 안의 상가 규모가 크지 않아 음식점 주점 등 외식업종 가게는 근린 상가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곳입니다.

블랙호프 가게 인근에 경쟁점으로 볼 수 있는 맥주점은 4개가 영업 중입니다.

이 작은 근린 상권에도 50m 남짓한 '미니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습니다.

외식업종 가게들이 몰려 있는 곳이지요.

블랙호프는 이 먹자골목의 끝자락 길 모퉁이에 자리 잡았습니다.

유동 인구와 차량이 지나갈 수밖에 없는 오거리 길목 코너에 가게 전면이 노출돼 입지도 좋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인근 삼성·시영·현대 아파트 입구에서 100~200m를 이동해야 하므로 접근성 면에서는 큰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상권이나 입지가 나쁘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점주가 동네 상권에 걸맞은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상권분석팀장


>>> 상호 바꾸고...매장 안팎도 리모델링해야

◆ 마케팅 방법은

일단 가게를 리모델링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가게 외관을 보면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은 욕구를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새카만 아크릴을 사용해 마치 유흥 주점 같은 오해를 낳게 돼 있습니다.

'편안하게 들어가 생맥주 한 잔 하고 나올까' 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는 얘기죠.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골 다방처럼 칙칙한 색깔의 2인용 소파들이 매장을 꽉 메우고 있습니다.

동네 손님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런 매장을 그대로 유지하다간 쪽박 차기 십상이지요.

상호에 들어간 '블랙' 이미지를 완전히 걷어내야 가게가 살아납니다.

상호도 물론 바꿔야겠지요.

가게를 리모델링한 후에는 상권이나 입지의 특성을 고려해 이 동네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케팅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주부들이 친목 모임을 가질 때 곧바로 떠올릴 수 있는 가게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죠.마침 가게 바로 앞에 동네의 상징물인 고목과 정자가 있고 이 곳이 작은 광장 역할을 하고 있어 상호를 잘 지으면 가게를 연상하기도 좋습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 가게를 알리는 것은 단순한 전단 광고로는 안 됩니다.

내 가게를 동네 사랑방으로 빌려 준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녀회,조기축구회,교회 교우회 등에서 모임을 가질 때 가게를 내 주고 차 한 잔씩 대접하는 겁니다.

때로는 경로회 노인들을 모셔 점심 대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10만~20만원의 비용을 들여 10배 이상의 효과를 얻는 방안입니다.

동네 상권에서는 이런 '감동 마케팅'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대표


>>> 숯불 닭 바비큐로 시각.후각 자극

◆ 메뉴 개선은 이렇게

현재 이 가게가 내놓는 메뉴들은 전문성이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현장에서 맛본 골뱅이무침만 해도 집에서 얼마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맛입니다.

안주 종류도 그 흔한 마른 안주와 탕 종류 몇 가지가 고작입니다.

따라서 점주께서 몇 가지 안주 요리기술을 직접 익혀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안주 때문에라도 가게를 들르는 손님이 늘어날 겁니다.

우선 새로이 권할 만한 메뉴는 현재 주변 가게에 전혀 없는 숯불 닭 바비큐입니다.

숯불 닭 바비큐를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바깥에서 안이 훤하게 보일 수 있는 통유리와 덕트 시설이 전제돼야 합니다.

통유리가 되면 바깥에서 숯불 연기가 보이고 덕트를 통해 냄새가 풍겨 행인들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합니다.

두 번째로 칼칼하고 매콤한 맛을 곁들인 골뱅이무침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가게가 내놓는 골뱅이무침을 맛보았더니 절단된 중국산 골뱅이를 사용해 딱딱하고 비린 맛이 강했어요.

또 단맛이 너무 강해 많이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골뱅이 소스를 다시 만들고 이 소스를 이틀 정도 숙성시켜 무침을 만들어야 깊은 맛이 나게 됩니다.

세 번째로 탕 종류 요리를 만드는 법도 배워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낮에는 점심 메뉴로,저녁 시간에는 술 안주로 활용할 수 있는 탕 종류 세 가지를 권합니다.

부대찌개와 해물탕,참치 김치찌개가 바로 그것입니다.

맛은 모두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을 강조해 술 손님들의 발걸음을 잡아끌 수 있는 것들이죠.이런 메뉴들은 모두 중복되는 부재료들을 사용하는 데다 점심 메뉴로 내놓았을 때 반찬이 많이 필요 없어 비용절감 효과도 볼 수 있지요.

장형심 외식창업요리연구원 명가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