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재래시장 안 중앙통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그릇 전문점 'H주방'과 'A속옷할인점'은 현재의 용인재래시장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장에서 문을 연 지 40년이 다 된 H주방은 '점포정리'라는 팻말을 붙여놓았다.

반면 A속옷할인점에는 화려한 색깔의 브래지어를 찾는 여성 고객들로 북적댄다.

이 가게는 이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두 달밖에 안됐지만 한 달에 6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용인재래시장은 오랫동안 용인시의 중심 상권이었다.

용인에 많은 택지 개발이 있었지만 대부분 경부고속도로 방면인 서쪽에 몰려 동쪽 구시가지 사람들은 아직도 재래시장을 즐겨 이용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 상인들은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몰려드는 소비자들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

'용인재래시장에서는 돌멩이도 팔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에 할인점들이 생기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여러 제품을 비교해 보고 사는 그릇과 같은 경우 재래시장 제품이 할인점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할인점은 싼 값에 대량 수입되는 중국산 그릇을 팔기 때문이다.

속옷할인점은 땡처리 물건으로 몇 달 동안 할인점보다 더 싸게 물건을 팔고 단기간에 이익을 챙겨 나가는 곳이다.

최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하고,신세대 취향에 맞는 물건들을 싸게 들여놓기도 한다.

속옷할인점의 박희신 사장은 "용인재래시장의 잠재력은 굉장히 크다"며 "기회가 된다면 정식 가게를 차리고 장사를 시작하고 싶지만 이 곳에서 점포 자리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재래시장을 포함한 김량장동 상권 안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래되고 폐쇄적인 상권이다 보니 건물주들이 지인을 통해서만 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종은 바뀌어도 점주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이 곳의 특징이다.

용인재래시장 상인회에서는 3년 전부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시장 일부 통로에 손님들이 날씨에 관계없이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아케이드 지붕을 만들었다.

재래시장 상품권도 발행했다.

시장 상인회에서 2005년 7월부터 1년간 4억원어치를 발행,이 중 3억원을 회수했다.

지난달에는 9억원가량의 상품권을 또 찍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상인들의 반응도 좋아졌다.

상품권 거래에 참여하는 상인들의 숫자도 지난해 50%에서 올해 70%로 늘어났다.

서비스 강사를 초청해 상인들을 모아놓고 교육도 한다.

지난해에는 용인시청 지원으로 두 동의 주차타워를 만들었다.

30분 주차에 900원을 받지만 시장 안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50% 할인해 주고 있다.

최철진 시장상인회 부회장은 "현재 재래시장 울타리 밖에서 열리는 5일장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라며 "5일장을 구경하러 오는 손님들을 재래시장 안까지 들어오게 만들면 시장 유동인구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