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매장들은 그럭저럭 운영이 되지만 지하층과 2층 이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요. 대부분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왔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고 거래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어서 권리금이라도 챙기려고 버티고 있는 점주들이 대부분입니다." 강원공인중개사 안재현 사장은 부평역 상권에서 장사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올 들어 상가 계약을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안 사장은 2년 전부터 먹자 골목에 권리금이 없는 가게가 생겼다고 밝혔다.

심지어 비어 있는 가게도 있다.

부평역 상권은 로데오 거리와 먹자골목 중심 거리 등 일부 핵심 지역을 제외하고는 2001년 이래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매출이 4년 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는 부평상권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최대 호황을 누리며 명실상부한 인천 최대 상권이었지만 지금은 예전의 위세가 꺾였다.

더 큰 문제는 개발 호재도 드물고 주변 신흥 상권에 손님을 계속 빼앗기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로데오 거리 인근에서 액세서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줄면서 직원 세 명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며 "함께 일하는 아내와 아들이 150만원씩도 못 챙겨 가는 달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간판을 내리는 가게도 빈번하다.

6년째 외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상인은 "주변 상가만 해도 최근 2~3년간 최소 한 번씩은 아이템이 바뀌었다"며 "지하 비디오방 하나는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아노래방' 강원일 사장은 "주중 하루 평균 매출이 10만원에 불과하다"며 한숨을 내쉰다.

강 사장의 노래방은 로데오 거리 3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권리금 4000만원에 월세는 100만원이다.

"주말에는 60팀 정도 와서 제법 북적북적하는데 중·고교생은 한 시간에 5000원,대학생은 8000원을 받으니 돈벌이가 안 됩니다.

3년 전만 해도 한 달 순익이 500만원을 넘었는데 지금은 300만원도 벌기 힘들어요.

노래방 기기에 신곡을 넣어 주는 직원 얘기가 부평역 상권에서는 우리 노래방이 그 중 제일 나은 편이라고 해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지요."

상권이 기울면서 일부 신규 상가는 분양이 안 돼 곤경에 처해 있다.

2년 전 옛 부평극장 자리에 들어서려던 복합 테마상가 '보아프라자'가 분양에 차질을 빚으면서 '스타빠루뚜'로 리모델링해 재분양되고 있지만 투자자의 발걸음은 한산한 편이다.

부평시장 로터리에 위치한 근린상가 '다운타운11' 역시 분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공실률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롯데시네마(9개관)가 문을 열었는 데도 1~4층까지 문을 연 매장이 2개를 채 넘지 않는다.

부평역 상권에서 장사가 잘되는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과거의 영화를 누리는 지역이 있다.

로데오 거리 중심부 상가는 권리금이 2억~3억원에 이를 정도이고 찾는 사람도 종종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가 얘기.20년째 스포츠 브랜드 대리점 매니저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올해에도 로데오 거리에서 월 매출 2억~3억원에 이르는 '대박' 매장이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상권이 전반적으로 침체됐지만 일부 매장은 꾸준히 손님을 모은다"고 말했다.

먹자골목 중심부도 여전히 성업 중이며 밤 늦도록 흥청거린다.

하지만 지역 상인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일부 점포의 장사가 잘되더라도 상권의 성장 가능성이 저조하다며 예전의 위세를 다시 찾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평역 상권에서 10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영동부동산 관계자는 "마땅한 개발 호재가 없을 뿐더러 투자 심리도 위축돼 있다"며 "구월동과 같은 신흥 상권으로 유동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부평역 상권에 악재"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부평역 상권을 찾는다는 서희령씨(30)는 "주변이 지저분하고 녹지대가 없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