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 지하도상가는 전국의 지하상가 중 최대 규모다.

78년 북부교육청 지하상가로 시작해 2000년 부평민자역사 쇼핑몰과 연결하는 대아 지하도상가를 뚫으면서 모두 4개의 상가가 서로 연결돼 넓이가 총 2만6800㎡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하루 평균 7만명(철도청 집계)의 유동인구가 들락거린다.

부평역 지하도 상가는 여느 지하도 상가처럼 의류와 잡화를 주로 취급한다.

지상의 로데오 거리가 브랜드 의류 중심이라면 지하 상가는 10~20대용 저렴한 보세옷이 주류다.

인천시 연수동의 나성은씨(22)는 "가격에 비해 질도 좋아 실속파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리모델링 후 깨끗해져서 웬만한 쇼핑몰 못지않다"고 전했다.

대아 지하도 상가에서 7년째 여성복 매장을 경영하는 정인락 사장은 이곳 상인들에 대해 "5년 이상 장사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이라고 소개했다.

젊은 층에 맞게 디스플레이와 인테리어 고급화에도 신경 쓴다.

보통 한두 칸의 작은 매장들이지만 일부 점포는 네 칸 이상 확장해 3~5명의 직원을 쓰기도 한다.

정 사장은 "16평 매장에서 한 달에 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순수익은 15% 안쪽"이라며 "유명한 만큼 손님들 안목도 높아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내 동아공인 관계자는 "불경기라 해도 가게를 내놓는 사람은 드물어 빈 가게가 없다"고 밝혔다.

점포 시세는 한 칸당(4~5평) 보증금 500만~4000만원,월 임대료 50만~150만원 선이다.

분수대 주변은 3000만원 이상의 권리금이 붙고 매매가도 3억원에 이른다.

철도청이 운영하는 민자역사 쇼핑몰을 제외하고 1000여개 점포는 부평역·신부평·중앙·대아 등 4개 법인이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인천시 소유 상가를 기부채납해 법인이 유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상인들은 매년 임대료와 별개로 ㎡당 10만원 선의 대부료를 인천시에 낸다.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 박원룡 기획실장은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서울의 지하 상가와 달리 민간 법인이 자체 운영하기 때문에 각종 개발사업 추진이 신속하다"고 설명했다.

2001~2004년 시설 현대화 사업도 상인들이 개보수추진위원회를 조직하면서 시작됐다.

부평역 상가의 경우 상인들이 64억원을 모아 인천시에 기부채납한 대가로 유상 사용 기간을 10년 늘렸다.

이때 매장별로 1500만~2000만원을 부담했다.

배기와 냉난방 시설에 집중 투자해 지하 상가의 단점인 답답한 공기를 개선했다.

중앙지하상가는 지난 5월 지하 상가로는 전국 처음으로 '재래시장육성 특별법'에 따른 시범 시장으로 선정돼 앞으로 2년간 상인 교육,이벤트 사업,온라인매장 입점에 따른 비용 등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6월 시작한 상인 대학에는 100명이 참여해 판매 기법,디스플레이 방법 등을 배우는 등 열기가 높다.

지하 상가에도 가끔 위기가 찾아온다.

올해 초 부평대로 문화의 거리 앞에 횡단보도를 만들어 달라던 시민들의 요구가 대표적인 사례.지하 상인들은 유동 인구를 잃는다는 이유로 격렬히 반대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키로 하고 잘 마무리됐지만 상인들은 이번 일로 자구책을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

박 실장은 "결국 이미지 개선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며 "법인은 달라도 마케팅 전략은 하나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년 여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유지를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