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원미구 상동·중동 상권은 부천시의 86만명 인구와 서울·인천의 인구 유입이 쉬운 곳에 위치해 있다.

역세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인천을 잇는 골목에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 덕분에 서울 외곽순환도로와 계남대로를 통해 버스로 서울시 목동과 인천 계양구 등에 15∼30분이면 갈 수 있다.

2004년 상동 신도시 개발이 완료되면서 이 상권은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전통적 역세권인 부천역 주변에 형성됐던 상권 중심축도 3~4년 전부터 이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상동·중동에 백화점과 대형 마트(할인점) 등이 잇따라 들어섰기 때문이다.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이 계남대로를 따라 2010년 개통될 예정이라 유동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계남대로를 따라 2∼3㎞가량 늘어선 대형 상가건물과 배후 주거단지는 안정된 소비 상권을 만들고 있다.

원미구의 상동과 중동에는 부천시 전체의 45%에 해당하는 아파트가 밀집돼 있다.

현대백화점 로담코플라자상가 GS백화점을 비롯해 홈플러스 이마트 월마트 까르푸 등 대형 마트가 상동과 중동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것도 이 상권의 소비력이 상당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상권은 형성돼 있지만 분당 일산처럼 강한 소비파워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면서 "크고 작은 사업체들은 별로 없고 서울이나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샐러리맨 중심이어서 베드타운 성격이 더 강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상동사거리는 이 상권의 핵이다.

사거리 주변에 다양한 업종과 크기의 점포들이 밀집돼 있다.

대형 점포로는 홈플러스 세이브존이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음식점을 비롯해 주점 노래방 미용실 PC방 학원 등이 무질서하게 자리잡고 있다.

업종으로만 보면 인근 아파트 주민과 오피스 근무자 등 다양한 계층이 모일 수 있는 터전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드타운 성격이 강한 이 지역 특성상 낮에는 손님이 없어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 한식집 지배인은 "주위에 회사가 없어 점심식사하러 오는 손님도 없고 저녁쯤 돼야 부평이나 인천에서 오는 손님들이 술을 마시면서 식사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저녁에만 돌아가는 '절반 상권'이란 뜻이다.

상동에 있는 두 곳의 대형 나이트클럽은 손님을 끌어모으는 '집객효과'는 있으나 주변 학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상동에 사는 주부 이미현씨는 "중학생 아들과 같이 상동사거리 부근으로 나오면 바닥에 버려진 성인 유흥업소 전단지 탓에 무안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권 규모는 크지만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아 상가 권리금과 보증금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상동에 위치한 메리트부동산 관계자는 "1층 상가 30평 기준으로 권리금 2000만∼3000만원에 보증금은 4000만∼5000만원 수준"이라며 "3∼4년 전에 비하면 권리금과 보증금이 각각 1000만∼2000만원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11평 규모로 작년 9월에 문을 연 아이스크림점 '치엘구스토'의 한진희 사장은 "업종에 따라 매출 차이가 심하다"면서 "나이트클럽 손님까지 안오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보증금 5000만원,월세 150만원 정도인 점포시세가 해가 갈수록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10년 가까이 상동과 중동에서 장사를 한 '황고집 바지락 칼국수'의 김욱환 사장은 "3년 전까지 하루 매출이 150만원 정도로 꾸준했는데 2년 전부터 어렵다"며 "나이트클럽과 같은 대형 유흥업소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주차공간이 없어지고 덩달아 음식점 매출도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40평 규모의 김 사장 가게 객단가(1인당 지출액)는 5000원에 불과한 실정.중동 계남대로변 상가 종사자들도 한 목소리로 작년보다 10∼20% 정도 매출이 떨어져 장사 재미가 없어졌다고 푸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