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東成 < 서울대 교수·경영학 >

이 시대의 사회적 부조리(不條理)를 나타내는 키워드로 '디버전스(divergence)',즉 '양극화'라는 단어를 선택할 수 있을 듯하다.

교육수준의 양극화,개인소득의 양극화,생활수준의 양극화 등 우리 주변은 양극화의 물결로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극화는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우리 사회를 짓누르면서 인간의 행복추구권을 가로막고 있다.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확실한 방법은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다.

양극화의 원인에는 해외에서 오는 것과 국내에 존재하는 것이 있다.

먼저 해외에서 오는 원인을 찾아보자.21세기 세계환경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두 개의 커다란 흐름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 흐름이 모두 양극화의 원인이다.

디지털화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컴맹'과 '컴도사'로 나누고 있다.

세계화 역시 우리를 국내용 인간과 국제용 인간으로 나눈다.

이러한 인간능력의 양극화가 바로 사회의 양극화를 가져오는 첫째와 둘째 원인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원인을 제거하는 행위,즉 디지털화와 세계화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세계무대에서 고립(孤立)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이미 시작된 디지털화와 세계화의 도도한 물결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가능하지도 않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양극화는 교육을 통해 인간능력 간의 격차를 없애는 방향으로 해소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내에 존재하는 양극화 원인을 살펴보자.그동안 우리 경제는 불균형성장 이론에 입각해서 1961년부터 1997년까지 36년간 연평균 9.6% 성장이라는 세계기록을 세웠다.

후진국의 치명적인 약점인 '자본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5년마다 두어 개 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정해 해외에서 조달한 차관을 집중투자하고,각 전략산업에서도 특정 기업에 사업권을 독점적으로 주어 제한된 자본을 알뜰살뜰하게 활용했다.

그 결과 우리는 재벌이라는 독특한 경제단위를 탄생시켰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를 중진국 수준으로 격상(格上)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자본집약적 성장산업과 노동집약적 사양산업으로 양극화된 경제구조,강한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과 하루를 연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된 산업구조,그리고 투쟁적인 노조와 대화기술을 가지지 못한 경영진으로 양극화된 기업구조를 잉태했다.

인류역사를 보면,사회구성원 중 일부의 희생을 다른 일부가 착취하는 양극화된 사회 그대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비상(飛翔)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구성원간의 희생-착취는 가치 창출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단순한 가치 이전을 통해 부가 축적될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왜곡을 가져오고,시장 왜곡은 시장구성원이 경쟁력을 연마할 기회를 박탈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까지는 폐쇄된 국내시장에서 제한된 자본을 독식하여 경쟁자를 배제함으로써 형성된 '독점력'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지만,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제부터는 세계시장에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국내외 경쟁자보다 한발 앞섬으로써 형성되는 '경쟁력'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대기업,중소기업,영세기업,벤처기업들은 서로 도와서 상대방이 잘 살게 될 때 나 자신의 경쟁력이 함께 갖춰진다는 상생협력의 이치(理致)를 깨닫고,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지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는 오늘,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를 강화해서 모든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동반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국가적 사명이다.

/한국학술단체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