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49)는 이따금 지인들로부터 희한한 질문을 받는다.

"방부제를 드시우?" 중년에 접어든 그의 얼굴에서 주름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정신 없이 하기 때문"이라고 받아 넘긴다.

그의 일과를 보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를 만나기 위해 연락을 취한 지난 20일의 일정을 보자.그는 오전 7시께 여의도 MBC에 도착해 오전 11시까지 라디오프로 '여성시대'를 진행했다.

방송 직후에는 다음 달 자신이 출연할 예정인 방송드라마 '누나'의 스케줄 회의에 참석했다.

다시 낮 12시30분 김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달렸다.

이날 오후 2시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한국문화의 세계 진출'이란 주제의 특강을 하기 위해서다.

강연 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그곳에서 뮤지컬 '달고나' 세트 및 조명 디자이너들과 회의를 가졌다.

('달고나'는 23~24일 김해에서 공연됐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오후 5시20분 서울행 비행기로 돌아와 광화문 사무실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봤다.

그리고 7시30분부터 11시까지 대학로 연습실로 달려가 '달고나'의 리허설을 연출하며 기나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처럼 열정적으로 살아온 덕인지 그가 만들어낸 '난타'는 한국 공연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최근엔 외국인 관람객 100만명을 유치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하지만 요즘 송 대표는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다. '제2의 난타' 발굴에 나선 것이다.

비보이공연 '비트앤 비보이'(11월 개막)와 뮤지컬 '대장금'(내년 5월 개막) 제작을 통해서다.

'비트앤 비보이'와 '대장금'은 처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다.

그는 두 작품을 기획하고 캐스팅해 완성품을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비트앤 비보이'와 '대장금'은 제2의 난타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비보이'는 국경을 초월하는 비언어 퍼포먼스죠.게다가 브레이크댄스에서는 세계 최고의 춤꾼들이 국내에 많이 있습니다. '대장금'도 한류 붐을 타고 일본과 중국인 등에게 익숙한 콘텐츠가 됐습니다."

'비보이'는 현재 국내에서 10여편이 제작되고 있으며 이 중 2~3편이 살아 남아 해외에 진출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비보이공연은 브레이크댄스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섞어 펼치는 퍼포먼스.미국 흑인문화에서 발생한 만큼 내성이 있는 미국과 유럽시장에 먹힐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아시아시장에서는 분명히 킬러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한류를 촉발한 것은 '발라드'가 아니라 보아 등의 '댄스가요'였어요.

아시아인들이 한국식 춤에 매료됐기 때문이죠.미국 흑인문화인 브레이크댄스가 중국에 직접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요.

미국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이 크니까요.

하지만 한국을 거쳐 중국에 들어가면 쉽게 받아들여질 겁니다.

우리가 브레이크댄스에 동양적인 정서를 입혀줄테니까요."

'난타'가 소리로 펼치는 퍼포먼스라면 '비트앤 비보이'는 춤으로 풀어내는 퍼포먼스다.

사실 그는 4년 전 브레이크댄스를 활용한 퍼포먼스 'UFO'를 선보여 쓴잔을 마신 적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당시에는 '비보이'란 용어도 생소했던 때였습니다.

너무 앞서갔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시기가 무르익었습니다.

뮤지컬 '대장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에는 자막문화가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습니다.

뮤지컬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성공했듯이 말이지요.

'대장금'은 브랜드 가치가 높고 줄거리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비보이'와 '대장금'은 적어도 아시아시장에선 먹힐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그의 이 같은 자신감은 '난타'에서 나왔다.

'난타'는 최근 중구 정동 전용관에서만 외국인 100만명 돌파기록을 세웠다.

브로드웨이 등 해외 공연에서 유치한 외국인을 합치면 170만명에 달한다.

한국인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29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연말에는 3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1997년 첫선을 보인 이래 지난 7월 말까지 매출 550억원,순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난타'는 연평균 2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어요.

그러나 이는 연간 500만명의 외래관광객 중 4%에 불과합니다.

공연관람객이 전체 외래관광객의 20%까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난타'와 같은 작품들이 너댓개 정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지요."

그는 이를 위해 마케팅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난타'가 성공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국내외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벌인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난타'는 이제 10년 정도 됐지만 여전히 젊습니다.

공연의 수명은 20년 이상 가니까요.

지금까지 '난타'를 본 한국인들은 130만명에 불과합니다.

배급방식은 다르지만 일부 영화는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하지 않습니까.

초등학생 때 '난타'를 본 관객이 이제는 대학생이 됐어요.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는 얘기지요."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던 '난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으로 1년반 만에 철수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얻은 것도 많았다"고 응수했다.

"뉴욕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부족한 게 패인이었어요.

그러나 '난타'는 '한국산'에서 '브로드웨이산'으로 원산지를 바꿨습니다.

덕분에 해외에서 러브콜이 크게 늘었지요.

올 연말께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투어에 나설 겁니다.

내년에는 일본과 중국 대만 홍콩 등지에서 공연할 계획이고요.

여기에 '비트앤 비보이'와 '대장금'까지 수출해 진정한 의미의 공연 한류바람을 반드시 일으키겠습니다."

글=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사진=김정욱 기자 ha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