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한국어는 '한국에서의 영어'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과 동남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생긴 일이다.

일부 국가에선 '한국어 실력=취업'이라는 공식이 생겼을 정도다.

한국어 열풍이 불면서 국내 주요 대학의 언어교육원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밀려오는 외국인 수강생 때문이다.

한국어를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는 방법을 교육하는 '한국어 교육학과'를 두는 대학까지 생겼다.

한국어만 잘 가르쳐도 전문가로 인정받는 '한국어의 산업화'시대가 온 셈이다.

실제 세계 주요지역에서 치러지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1997년 2692명에 불과했던 시험 응시자의 수는 올해 3만3983명으로 늘어났다(교육인적자원부 통계).10년 새 13배 이상 많아진 셈이다.

응시자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지역은 중국.올해는 전체 응시자의 40%에 육박하는 1만2813명이 중국에서 시험을 치른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과 근로자를 타깃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한국어 교육은 대부분 대학 부설 언어교육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통상 10주짜리 정규과정의 수강료가 130만~150만원으로 싸지 않지만 교육을 받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인기 강좌는 개강 한 달 전에 마감되는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다.

국내의 한국어 교육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연세대학교가 운영하는 한국어학당.이곳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외국인의 수는 2004년 4001명에서 올해 4619명으로 늘어났다.

겨울학기의 수강인원을 합하면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와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의 한국어 과정에 참여한 학생 수 역시 2004년 1548명과 1540명에서 지난해 각각 1631명과 1696명으로 1년 새 5~10%가량 늘어났다.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관계자는 "수강신청 마감일이나 마감일 이후에도 강의에 참여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이어진다"며 "매학기 30~50명 정도의 수강 희망자가 강의를 듣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지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부과정을 개설한 대학도 늘고 있다.

배재대학교,경희대(수원캠퍼스),대구 계명대 등이 현재 한국어 교육 학부를 두고 있다.

이들 대학을 졸업하면 문화관광부에서 지급하는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최정순 배재대 교수는 "2004년 학부과정을 처음 개설한 이후 졸업생 대부분이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 22개 분원에서 한국어 강사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단기과정 이수자를 포함해 매년 1000명 내외의 한국어 강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자녀들이 많은 농·어촌 등에는 여전히 한국어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