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서부를 대표하는 안양역 상권은 40여년이 넘는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

1961년 중앙시장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2002년 안양역 역사를 확장하면서 롯데백화점이 들어서 이 상권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하지만 인근 평촌 신도시의 평촌역 범계역 등 지역에 택지개발이 이뤄지고 유흥업소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이들 신흥 상권에 상당수 고객을 빼앗기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상인들은 매출이 해마다 줄고 있다고 푸념한다.

안양역에서는 전철로 30∼40분이면 서울 도심에 닿을 수 있고 서울 남부와 수원을 잇는 47번 국도가 이곳을 통과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오전에 한산하던 이 상권은 오후 4시를 넘기면서 아연 활기를 띤다.

주변에 대학교와 고등학교가 20여개에 달해 10∼20대 학생들이 방과 후 이곳으로 대거 몰려오는 것.

안양역과 중앙시장의 가운데에 넓게 자리잡은 '안양일번가'는 안양역 상권을 대표하는 노른자 상권으로 꼽힌다.

그러나 3년 전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이 일대 상가들도 불황의 늪에 빠졌다.

지난 23일 저녁 안양일번가에 있는 '아인(yein)' 카페의 60여석 테이블은 텅비어 있었다.

전효창 아인 사장은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을 내고 있지만 최근에는 월세 내기도 버겁다"며 "한 잔에 4000∼5000원 하는 음료수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근처 패스트푸드점 등에 손님을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이 몰려있는 대가로 주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20년째 이곳에서 아귀탕 장사를 하고 있는 조영옥 마산아구탕 사장은 "월 평균 매출은 2500만원 선으로 작년에 비해 20%가량 줄었다"며 "테이블 단가(테이블당 소비 지출액)는 4만원 정도로 주말에만 반짝 매출을 올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모임장소로 이용되는 호프집이나 퓨전 술집도 손님이 줄어들어 울상이다.

350평 규모에 테이블 100개를 갖춘 호프집 '바비클럽'은 주말에만 매출이 오른다.

윤기조 점장은 "테이블 단가는 2만1000원 정도로 평일보다 주말에 더 장사가 잘 된다"며 "평일에는 주변 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왔는데 최근에는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학생들 발길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올초 문을 연 한 퓨전 술집의 경우 권리금 3억원,보증금 1억5000만원,월세 700만원이란 거금을 들였지만 주말 반짝 장사에 의존하다 보니 타산이 맞지 않아 다른 업종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서준호 만안부동산 사장은 "상권의 유명세에 비해 장사가 신통치 않아 임차상인이 자주 바뀐다"고 말했다.

안양역 상권이 전반적으로 불황의 몸살을 앓고 있지만 분식점과 액세서리 가게의 매출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갑이 얇은 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상권이라 1000원 안팎의 액세서리나 2000∼3000원 하는 분식점은 장사가 잘 된다는 것.한영구 명동분식 사장은 "학생들은 방과 후인 오후 4시 이후에 가게에 들르고 점심 때는 주변 상인들이 3000∼4500원 짜리 식사를 하러 오기 때문에 매출이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저가 액세서리와 옷가지 등을 팔고 있는 '세대교체'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1,2층 건물 180평 규모의 이 매장은 하루 평균 4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가게에서 잘 나가는 상품은 1000원짜리 액세서리와 1만원 안팎의 캐주얼 의류다.

안양역 상권 주변 아파트 시세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박선민 현대부동산 사장은 "안양역 주변으로 아파트 1만여가구가 들어서 있는데 삼성 래미안아파트 30평의 경우 평당 1400만∼1450만원으로 작년에 비해 20% 정도 올랐다"며 "안양일번가와 지하상가가 예전보다 상권 기능이 약해진 반면 아파트 시세는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이 일대 아파트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안양일번가 번영회 관계자는 "올초부터 진행 중인 도로 정비 공사 등으로 안양역 상권의 집객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