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역 상권은 규모 면에서 수도권 다른 도시들을 압도한다.

도시 인구가 더 많은 인천의 부평역이나 수원역도 상권 크기에서 안양역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뒤집어 말하면 안양역 상권의 점포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얘기다.

안양역 상권은 롯데백화점-안양역사-철길을 동쪽 축으로,CGV 1번가-중앙시장-2001아울렛을 서쪽 축으로 직사각형으로 형성된 지상 및 지하 상권이다.

이 일대 상권 외곽 연장 길이는 2km에 달하며 지상 로드숍과 지하상가,재래시장 점포를 모두 합치면 300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이 가운데 핵심은 상권 한 가운데 자리잡은 로데오거리다.

대가로-헹굼길-일번가길-번영로길로 둘러싸인 로데오거리는 보도블록 교체작업이 한창이다.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려는 행정당국과 상인들의 노력에 따라 시작된 공사다.

로데오거리에는 안양 전역에서 몰려온 10대,20대 신세대들이 넘쳐난다.

충분한 유동인구가 뒷받침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부분이 학생층인 이들 고객의 구매력은 보잘것 없다.

최근 3년간 경기가 바닥을 헤매면서 이곳도 불경기의 한파에 휩싸인 지 오래다.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상권분석팀장은 "점포를 얻는 데 권리금과 보증금을 합쳐 3억~4억원 정도 들고 월세도 300만원 이상 내야 하기 때문에 웬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고서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초보 창업자들이 도전하기에는 벅찬 상권이라는 뜻이다.

그는 "굳이 여기에 가게를 내려면 최신 유행하는 의류,잡화 브랜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야 할 업종은 화장품.로데오거리뿐만 아니라 지하상가까지 10여개의 화장품 가게가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CGV 1번가와 2001아울렛을 잇는 서쪽 축 맞은편 대로변도 로데오거리 못지 않게 유동인구가 넘쳐난다.

안양 전역을 오가는 버스정류장과 지하상가 입구가 대로변 상가와 맞닿아 있다.

정류장 앞 던킨도너츠 자리는 황금입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스포츠캐주얼 의류 가게가 밀집해 같은 업종으로는 큰 재미를 보기 힘들다.

차라리 대로변 유동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부들이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 가게가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만남의 장소가 부족한 점을 감안,커피숍이나 생과일주스 전문점도 고려할 만한 입지다.

로데오거리를 둘러싼 외곽 골목에는 음식점과 주점이 몰려 있다.

상권 중앙의 패션 가게들을 주변부 유흥업소들이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대표는 "안양역 상권을 통틀어 횟집이 드문 점을 감안해 이곳에 박리다매형의 활어횟집을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활어횟집은 중앙시장 쪽으로 건너가야 눈에 띌 정도다.

지하상가에는 이동통신 대리점과 의류·신발·가방 등 패션 가게 일색이다.

지하상가 유동인구 대부분은 20~40대 여성.동쪽으로는 롯데백화점 지하 매장과,서쪽으로는 CGV 1번가나 2001아울렛과 바로 연결된다.

지상의 로드숍과 달리 동대문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가 패션 상품이 주축이어서 이곳에서 장사하려면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지상에는 10·20대를 겨냥한 유명 브랜드,지하에는 30·40대 알뜰 주부 대상의 무명 브랜드로 이원화한 곳이 바로 안양역 상권"이라며 "아줌마들이 부담없이 살 수 있는 1만~2만원대 신발이나 속옷 가게가 무난하다"고 강조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