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싸면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부합니다."

한 지역 상권에서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잡는 영광을 누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안양일번가에서 베니건스,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은 몰라도 '샤토'를 모르면 간첩이다.

'샤브샤브와 레스토랑의 절묘한 만남'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한 달 전에 새로 선보인 이곳은 '바바리바'라는 레스토랑을 전면 리모델링해 새로 출발했다.

이일남 사장은 바바리바를 운영할 당시 '블랙 앤드 화이트' 디자인으로 매장을 꾸몄다.

고품격 음식문화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과 달리 신통치 않았다.

마니아들의 명소가 되기는 했지만 대중성을 가지지 못한 탓에 한계에 부딪쳤던 것.

"안양역 상권은 맛보다도 가격입니다.

여기는 소비력이 약하기 때문에 싸면서도 푸짐한 음식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7년 동안 점포를 운영하다 얼마 전에 중대한 결심을 했다.

샤브샤브와 정통 레스토랑 메뉴를 혼합하는 실험을 강행했다.

대신 가격은 다른 점포의 50~70% 선에서 책정하고 인테리어도 전면적으로 새로 꾸몄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매장을 만들겠다는 것.쪽박 찰 일 있느냐고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지만 이 사장은 밀어붙였다.

매장 안에 대형 스크린을 갖춰 놓은 데다 3.1m에 달하는 천장 위에는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개방해 시원한 느낌도 준다.

인테리어는 레스토랑인데 가격은 분식집 수준이다.

수프와 음료,메인 식사와 샐러드까지 나오는 한 메뉴 가격은 5000원에 불과하다.

매출이 많이 오르지 않는 점심 장사는 오후 2시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후 5시까지 연장하며 고객들을 배려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외식업의 성공 여부는 여성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들어오는 고객의 90%는 여성이다.

오후 5시가 넘으면 삼삼오오 짝지어 오는 여성들로 가게가 붐비기 시작한다.

곧 이어 20명 이상 단체손님들이 들이닥친다.

'남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이 사장의 대답이 걸작이다.

"맞은편에 줄줄이 비어 있는 점포 보이시죠.다 유명 브랜드 체인점을 열었다 석 달도 못 버티고 나가 떨어졌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음식점으로 성공하려면 그 지역 문화에 걸맞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안양역 상권에서 제가 택한 전략은 마진을 줄이더라도 손님들이 편안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입소문이 나 많은 손님을 몰고 오게 마련입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