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빙그레 회장(51)이 백범의 리더십을 학문적으로 집대성해 '백범 리더십' 전파에 나섰다.

김 회장은 27일 서울 용산의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리는 서강대 주최'한국적 리더십은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에 참석,백범의 리더십에 대해 강연한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 8월 이 대학에서 '백범 김구의 리더십'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회장이 백범의 손녀사위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인 김미 여사가 백범의 둘째 아들인 김신 전 교통부 장관의 외동딸이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김구재단을 만들고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도 경영학적 시각에서 본 백범의 리더십을 전파하는 데 손녀사위가 앞장선다는 의미가 있다.

김 회장은 "정치학과 역사학의 시각으로 백범을 분석한 논문은 많지만 경영학 시각으로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백범 CEO학'을 만들기 위한 작은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백범 리더십의 키워드는 '자기희생'과 '성찰력'이다.

백범은 자기희생을 통해 온갖 난관을 뚫어나갔다고 김 회장은 강조한다.

"독립운동이란 게 경제적으론 '거지생활'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자기희생 정신'을 빼놓고 이런 상황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한국 경제가 이 정도 성장한 것도 자기희생 정신에 투철한 기업가들의 공이 크다고 봅니다. 제 선친(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자) 같은 창업 1세들이 특히 그랬다고 봐요. 자기희생이 동반되지 않는 리더십은 없습니다."

김 회장은 백범의 희생정신은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범이 살았던 당시의 문화적 가치관은 유교적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仁) 의(義) 예(禮) 지 (智) 신(信)으로 압축되는 유교적 가치관이 고단한 삶을 지탱해주고 미래를 상상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또 '성찰력'이란 화두를 통해 백범을 재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백범은 당시 상황에서 좀체 나오기 어려운 '문화강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선각자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백범은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이 우리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 것이며,그 힘이 궁극적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백범의 문화 지향적 비전 제시는 오늘날 기업 경영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른바 '문화경영'을 통한 기업경쟁력의 확대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백범은 반세기 앞서 이를 내다본 셈이지요."

"백범은 남·북한이 제각기 단독정부를 세우면 전쟁이 일어난다고 예견할 정도로 시대를 궤뚫는 혜안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지를 성찰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CEO에게도 성찰은 중요합니다. 요즘 삼성 이건희 회장께서 '창조경영'을 말씀하시는데 아마도 미래를 예상하고 전하는 '확신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성찰의 결과겠지요."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