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계역은 안양 평촌신도시를 대표하는 상권이다.

인접한 인덕원 사거리가 온통 유흥업소 일색이고 평촌역세권이 먹거리 중심인데 비해 범계역 상권은 쇼핑·먹거리·유흥 업소가 골고루 짜임새 있게 발달돼 있다.

범계역은 1990년대 초반 정부가 수도권에 4개 신도시를 만들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신흥상권이다.

규모면에서는 구시가지에 속하는 안양일번가가 으뜸이지만 실속에 있어서는 범계역 점포들이 훨씬 짭짤하다.

평촌 전역 아파트 단지의 중산층이 수요 기반을 이뤄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인 안양일번가 고객들의 소비력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른바 '상권중심축의 이동'인 셈이다.

범계역은 상권 배후 수요 기반이 튼실하다는 강점 외에 '멀티 로데오'상권이 형성돼 있다는 게 또 다른 강점으로 작용한다.

의류 가게 일변도인 압구정,목동 등의 로데오거리가 불경기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멀티 로데오 상권에는 의류,액세서리,신발,외식,서비스 업종이 다양하게 공존해 유입 인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멀티 로데오 상권이 불황에서도 강하다는 사실은 서울 노원역과 천호사거리,경기 분당 서현역과 고양 화정역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범계역 2번 출구 앞에는 의류,액세서리,신발 등 패션 가게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범계 로데오'라고 불리는 곳이다.

점포 규모가 10평 이하로 작다는 게 이곳 상가의 특징이다.

그러나 점포 시세는 만만치 않다.

12평 기준 권리금은 1억~3억원,보증금 7000만~1억2000만원,월세 320만~470만원으로 서울의 A급 상권과 맞먹는 수준이다.

범계역과 대로변 버스정류장에 내린 10,20대 젊은이들과 배후 아파트 단지 30,40대 주부들이 몰려나와 이른 오후부터 인파의 물결을 이루고 저녁 시간에는 퇴근길 남성들까지 가세,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최적의 장사 입지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상권분석팀장은 "이곳은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황금입지"라며 "10대와 20대들이 좋아하는 속옷 브랜드 체인점이나 저가 화장품전문점을 차릴 만한 곳"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유동인구 상당수가 젊은 여성인 만큼 침실 소품이나 선물을 파는 팬시점이나 잡화점도 유망한 업종으로 꼽을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만남의 장소가 부족한 점을 감안,카페형 베이커리점도 괜찮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로데오 거리 뒤쪽에는 '먹자거리'가 형성돼 있다.

보통 5층 정도인 1,2층에 음식점이 꽉 들어차 있고 위층에는 노래방과 퓨전 포차,바 등이 자리를 잡았다.

먹자거리의 양대 산맥은 고깃집과 횟집이다.

간간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스파게티 전문점이 눈에 띄지만 손님이 없어 매장은 한산한 분위기다.

이곳에는 음식점 매물이 꽤 많이 나온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범계역이 매력적인 상권임에는 분명하지만 음식점은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고깃집과 횟집은 너무 많아 피하는 게 좋으며 서울 신촌이나 대학로에 어울리는 이탈리안 식당도 여기선 금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식당가가 그렇듯 여기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점심 저녁 장사를 균형있게 할 수 있는 체인점이면 무난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지가 그다지 좋지 않은 원할머니보쌈과 놀부항아리갈비 등 두 가게에 손님이 북적대는 게 그 사례라고 강조했다.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이면 골목은 유동 인구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곳에는 유흥주점과 노래방,마사지방 등 유흥업소가 유난히 많다.

따라서 이면 골목 손님들의 대부분은 남성 직장인들이다.

이곳에는 '와바'와 같은 직장인 대상 맥주전문점이 제 격이다.

여기서 아파트단지 쪽으로 갈수록 근린 업종이 먹힌다.

주부들의 동선이기 때문이다.

근린 업종인 피자전문점이나 주부 대상 화장품전문점이 유망한 입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