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색깔만 봐도 손님에게 내놔야 할지 말지 감이 오지요." 안양시 동안구 범계역에 위치한 원할머니보쌈의 오금산 사장(47)은 김치를 손으로 들어올리며 말했다.

"적어도 6시간은 숙성해야 합니다.

한 시간만 빨리 내놔도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죠."

오 사장의 아침은 원할머니보쌈 본사로부터 납품된 돼지고기,배추,김치양념 등의 재료를 주방에서 종업원들과 함께 꼼꼼히 점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런 부지런함과 섬세한 성격 덕분에 이 가게의 월 평균 매출은 8000만∼8500만원으로 1999년 개업 이후 해마다 매출이 20%가량 증가하고 있다.

안양 최고의 땅값이라는 범계역 근처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성공한 음식점이라는 게 주변 상인들의 말이다.

지금의 성공이 있기까지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97년 IMF 환란이 터지자 오 사장은 이듬해 14년간 운영하던 가구업에서 손을 떼게 된다.

"뭘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다른 기술도 없고 해서 장사를 해야겠다 싶어 10개월간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찾아 다녔죠." 그가 찾은 프랜차이즈 업체만 해도 10여군데.마지막 투자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돈이 될 만한 사업이 뭔지 철저히 조사했다.

3일 밤 낮 동안 지인에게 소개받은 음식점 바깥에 진을 치고 손님이 얼마나 오는지 확인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1999년 어느날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들렀던 원할머니보쌈 가맹점에서 그는 이 사업을 하겠다는 중대 결정을 내린다.

부드러운 돼지고기로 만들어진 보쌈의 매력에 빠진 그는 이 사업을 하면 꼭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얻었기 때문."보쌈은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고요,원할머니 보쌈은 다른 보쌈집 고기처럼 냄새가 없어 좋더군요."

그는 권리금 8000만원에 보증금 3000만원을 주고 범계역에 매장을 열었다.

처음 그가 이곳에 문을 열때만 해도 주변에는 빈 매장이 많았다.

그러던 게 2000년 들어 유흥업소와 음식점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경쟁업체가 급증했다.

"창업하고 2년 후 식당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개업 때 인테리어 비용은 4500만원 정도 들었으나 2차 공사 때는 7500만원을 더 투자했습니다.

경쟁 업체가 늘어나다 보니 공간도 넓히고 분위기를 깨끗하게 할 필요성을 느꼈죠." 그의 말대로 현재 범계역 주변에는 10군데가 넘는 보쌈집과 족발집이 문을 열고 있다.

손님의 60%는 단골손님이다.

단골손님이 오면 그는 직접 그날의 음식 상태를 설명한다.

최근에는 두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2만4000원짜리 '모듬보쌈'을 추천한다.

음식 맛이 이상하다는 손님에게는 음식값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바로 본사에 전화해 그 이유를 듣고 손님에게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이런 고객 서비스 정신을 발판으로 성공한 오 사장 가게에는 가맹점을 열려는 창업희망자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에 있는 원할머니보쌈 가맹점 대부분은 저의 가게에 한 번씩 와서 사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얻고 갔다"고 그는 자랑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더 많은 고객들을 모으기 위해 지금의 매장평수 46평에서 좀 더 큰 평수로 이전하는 것이다.

"보쌈을 통해 장인정신을 배우고 있습니다.

안양시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범계상권에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오 사장은 환히 웃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