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역 근처 고급 칵테일바 '치치(cui-chi)'를 운영하는 김태봉 사장(57)은 틈새시장을 노려 성공한 경우다.

김 사장이 매달 올리는 매출은 평균 5000만원 선.개점 후 11년간 꾸준히 유지해온 '성적'이다.

철산역 상권 맥도날드 건너편 건물 2층에 있는 이 가게는 실평수 80평에 임대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1억원과 400만원.좋은 건물주를 만난 덕에 11년간 오른 것은 월세 100만원뿐이란다.

김 사장이 노린 틈새시장은 '건전'하고 '편안'하게 놀 수 있는 장소다.

철산역 상권에 위치한 유흥업소 중에는 단란 주점이나 노래'바'가 많아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곳에 놀러오는 손님들 중에는 분명히 그런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고급화 전략도 먹혀들었다.

김 사장은 철산역 주변 점포 중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 직원들에게 명찰과 유니폼을 입힌 사람은 자신이 처음이었다고 자신한다.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그의 취지.

IMF 환란 시절,주변 가게에서 가격을 할인할 때 오히려 과감하게 올린 것도 장사를 지금의 궤도에 오르게 한 큰 원동력이 됐다.

"그 때 이후로 손님들의 머릿속에 우리 가게가 고급스럽게 각인됐죠."

그는 남들이 다 내놓는 할인 쿠폰 한 장 만든 적이 없다고 한다.

장사가 안될 때는 할인 쿠폰을 뿌려 손님을 끌어보려는 욕심이 생기기 쉽지만 이왕 고급화 전략으로 나가려면 철저하게 지켜야 장기적으로 고객들을 붙잡을 수 있다고 믿어서다.

96년 1월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 들어간 투자 비용은 3억5000만원.이 중 7000만원 정도만 자신이 준비하고 나머지는 주변의 지인과 은행에서 빌린 것이다.

처음 가게의 전체적인 컨셉트는 '커피숍'이었다.

결혼하기 전에 이미 커피숍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어서다.

하지만 '차' 위주로 판매했을 때 객단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다른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 사장은 가게 인테리어를 할 때 아예 매장의 3분의 1은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나머지는 바와 작은 무대를 만들어 음악을 즐기면서 술을 마실 수 있게 했다.

인테리어 비용에 2억5000만원이나 들어간 것도 두 가지 공간을 한꺼번에 만들려고 해서다.

그의 전략은 맞아떨어져 현재 손님들이 쓰고 가는 객단가는 3만~4만원 정도.

김 사장은 가게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시간 직원 서비스 교육을 실시한다.

직원들 중 바텐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관련 학원에 등록시키기도 한다.

"소비 수준이 높은 손님이 오려면 가게 수준도 높아야죠.그러려면 계속해서 서비스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