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상품 배송에 시장 안내 투어,인터넷 홍보….대형 마트(할인점)들의 점포 확장과 가격파괴 공세로 '싼값'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 유치가 힘들어진 남대문 시장 상인들이 '아이디어 마케팅'으로 변신에 나섰다.

세련된 이미지를 주기 위한 매장 재구성도 잇따르고 있다.

시장을 찾는 일본인 등 외국인들을 겨냥한 '관광형'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최근 남대문시장의 달라진 모습이다.

◆'차별화해야 산다'

남대문시장 초입에 있는 '도깨비안경'은 대형 마트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수입 고급안경테 전문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 점포의 유환고 사장은 "매장 내 안경테의 90%를 수입산으로 바꿨다"며 "저렴한 가격에 유행에 맞는 고급테를 팔기 위해 매년 한두 번 해외 전시회를 돌며 최신 유행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탈 안경점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제작된 안경을 손님이 있는 호텔까지 무료 배송하거나,소규모 관광객들을 위해 무료로 남대문시장 안내도 한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홍보도 한다.

덕분에 올 들어 하루 평균 매출이 300만∼400만원으로 새 서비스를 도입하기 전보다 20% 이상 늘어났다.

액세서리 전문점도 변신 대열에 합류했다.

2500여곳이 넘는 남대문시장 내 액세서리 점포들의 차별화 포인트는 '싸구려'와의 결별.액세서리 전문점 랭땅의 김모 사장은 "예전에는 싼값의 중국산이 판쳤으나 최근 들어 한국산이 좀 비싸더라도 품질이 우수하고 디자인도 좋아 찾는 외국 소매상들이 늘고 있다"며 "한번에 200만∼300만원 정도의 제품을 사가는 건 기본"이라고 말했다.

◆고급화된 매장에 관광객 북적


10대와 20대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화장품 가게와 면세점 수준의 상점도 등장했다.

서울의 강남이나 명동 등 돈이 될 만한 상권에 입점하던 업종들이 남대문시장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

지난달 중순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문을 연 화장품 전문점 '스킨푸드' 매장엔 몰려드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안미순 스킨푸드 남대문점 매니저는 "관광차 남대문시장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까지 겨냥해 고급스럽게 점포 외관을 꾸민 전략이 적중했다"며 "내국인뿐 아니라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와 개당 7700원에 파는 블랙 슈가마스크가 하루에 50개나 팔려 동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국제선에 본점을 둔 관광상품점 '두레세계'도 지난달 남대문 지하상가 대로변에 문을 열었다.

90평 규모에 김치,김 등과 같은 신선식품에서부터 자개,한지 등 공예품까지 팔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선 유일하게 '원스톱 쇼핑(한 매장에서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곳.손님들을 위해 안마의자기,디지털TV 등을 갖춘 휴게실도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