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중앙역 상권은 수도권 일대에서 안양역에 버금가는 거대 상권으로 꼽힌다. 안산시 한 가운데 자리잡은 유일한 복합상권이어서 안산 전역에서 인구가 유입된다. 쇼핑과 외식,유흥 욕구가 모두 충족되는 곳이란 얘기다. 이 같은 다양한 기능이 구역별로 잘 나눠져 있다.

중앙역에서 지하도를 건너 지상으로 올라오면 곧바로 마주치는 곳이 '안산패션일번가'다. 백화점이 단 한 곳뿐인 안산 지역 특성상 패션일번가 일대에 옷 가게들이 대거 몰려있다. 일종의 '패션블록'인 셈이다. 바로 옆 월드코아 건물 안에도 1~2평짜리 소형 옷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마치 동대문시장 일대 의류상가를 연상케하는 구조다. 패션일번가 가게들은 대부분 유명 브랜드만 취급한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여기 점주들은 옷 장사에 프로급인 사람들이어서 여기 말고도 옷 가게 1~2개씩 더 운영한다고 보면 틀림없다"고 귀띔했다. 따라서 자금력이 달리는 초보자들은 도전하기 힘든 곳이란 얘기다.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상권분석팀장은 "패션일번가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주차장쪽 도로변 가게들은 권리금이 2억원을 호가한다"며 "이 정도면 서울에서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치는 건대 앞 상권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패션일번가에서 틈새업종으로 승부하려면 'STCO'같은 넥타이.셔츠 전문점이 괜찮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입지는 중앙역쪽보다는 주차장쪽을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션일번가 주변 이면골목에서 팬시전문점이나 화장품전문점을 여는 것도 유망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패션일번가와 주차장을 지나면 거대한 유흥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밤 장사 위주인 음식점과 주점이 주축인 곳이다. 유흥가의 변수는 오는 12월 문을 여는 '조이월드'상가다. 이 상가에는 롯데시네마 9개관과 푸드코트가 들어서고 저층에는 의류.신발.액세서리.주얼리 가게들이 입점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상가가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유동인구를 한 곳에 끌어모으는 집객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특색없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선 유흥가에서 영화관과 푸드코트가 문을 열게 되면 안산 인근 4개 대학 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을 공산이 크다. 이준 FC창업코리아 이사는 "유흥가의 음식점 수가 과다한 편이지만 굳이 이 곳에서 장사를 한다면 퓨전 포차 체인점이 유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체인점이 아닌 독립점포들이 주류를 이룬 곳이기 때문이다.

상가 겉모습을 보면 1층은 식당,2층은 유흥주점이나 노래방,3층 이상은 마사지방.모텔로 이뤄져 있다. 약간은 퇴폐적인 느낌을 주는 유흥가에서 정통 타이 마사지방을 하면 오히려 손님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횡포를 부리는 상가가 어떤 곳인지 사전에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 한 상가 건물주는 임대차 기한이 다 된 점주가 다른 점주를 물색할 시간을 주지않고 내쫓은 뒤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아 챙기는 것으로 현지에선 악명이 높다.

GS백화점과 2001아울렛 등 대형 소매점 두 곳이 나란히 자리잡은 곳은 판매 및 외식 상권이다. 유흥가와 달리 30,40대 주부들이 유동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이다.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은 도로와 가까운 중앙노블레스상가나 신양프라자 상가를 주로 이용한다. 저가 화장품점,팬시점,패밀리레스토랑 등이 이 두 상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 구역은 유흥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유흥가 식당들은 낮 장사를 아예 하지 않는 데 비해 이 곳은 점심 장사에 승부를 건다. 깔끔한 외관과 인테리어를 갖춘 유명 브랜드 외식 체인점에 손님이 몰리는 게 이 곳의 특징이다.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대표는 "10대를 겨냥한 팬시.잡화점이나 주부 대상의 여성 속옷점을 열면 무난하게 장사될 만한 곳"이라며 "백화점과 아울렛 인근에선 아줌마들이 선호하는 피부관리점이나 미용실,김밥체인점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화장품전문점은 현재 더페이스샵 미샤 스킨푸드 등 유명 브랜드 가게가 버티고 있는 데다 좋은 입지의 가게는 권리금이 5억원을 호가하고 있어 피하는 게 좋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