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씨(33)는 성남 신흥역 인근에 위치한 퓨전 중식당 '취룡'의 점주를 맡고 있다.

남편이 별도 법인을 차려 취룡의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서면서 가게 운영을 아내에게 넘긴 것.박씨는 7년 전인 1999년 지금의 점포 2층에서 신혼방을 차린 가난한 '새댁'이었다.

남편의 사업적 재능을 믿고 혼수비용을 모두 창업하는 데 쏟아부은 것.

1층 24평 규모의 신흥역 매장에서 올리는 하루 평균 매출은 400만원 정도.이 자리에는 원래 24시간 문을 여는 고깃집이 있었다.

하지만 주변이 의류점 일색이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 그곳에 음식점이 있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장사가 안됐다.

고깃집 사장과 안면이 있던 박씨 부부는 권리금 5000만원,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3000만원,180만원 내는 것을 조건으로 가게를 넘겨받았다.

박씨 부부도 전 주인처럼 업종을 고깃집으로 선택했지만 매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3개월 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일해 남은 순수익이 고작 30만원.어쩔 수 없이 24시간 영업 가게로 전략을 바꿨다.

종업원이 퇴근하고 나면 밤새 남편과 둘이서 가게를 지켜야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니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고 1년 반이 됐을 때는 매출이 하루 평균 200만원씩 나왔다.

"다른 노하우는 없었어요.

손님들에게 서비스 음식을 줄 때는 원래 양만큼 푸짐하게 주고,손님이 말하기 전에 눈치껏 먼저 필요한 것을 가져다 주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박씨 부부는 좀 더 경쟁력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나온 것이 퓨전 중식당.당시 신흥역 주변에는 배달만 전문적으로 하는 영세한 중식당밖에 없었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세련된 중국 음식점이 없었다.

박씨 부부는 사업 아이템이 결정되자마자 서울 압구정동 일대 퓨전 중식당들을 모조리 뒤지고 다녔다.

맛과 매장 꾸미는 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한식과 중식 요리사 자격증이 있던 남편은 중식을 배우러 직접 뛰어다녔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01년 5월 7000만원의 인테리어비를 들여 취룡을 열었다.

"중식에서 변형한 퓨전 중식이라는 실험적인 메뉴를 시도하다보니 처음에는 제가 먹어도 맛이 너무 없었어요." 요리는 남편이 만들었지만 맛을 보는 것은 입맛이 좀 더 예민한 박씨의 몫이었다.

하루 세끼를 모두 중식만 먹다보니 위염이 생기기도 했다.

처음 6개월간 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1년이 지나며 대박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는 식당 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인력 관리라고 말한다.

음식 맛이 중요한 만큼 요리사의 능력이 중요하고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종업원 교육이 필수적이란 이유에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월급을 주지만 결국은 나와 동업자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밖에 없어요.

종업원들에게 잘해줘야 결국 그 정성이 손님들한테 가는 법이거든요."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