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이후 내홍을 겪어온 석유화학업계가 극심한 균열로 '판'이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남석유화학과 삼성토탈이 공정위에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해 과징금을 전액 탕감받거나 감면 혜택을 받은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온 SK㈜와 GS칼텍스 등 주요 회원사들이 협회 탈퇴 및 회비 납부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가 공중분해의 위기를 맞았다.

공정위가 지난 20일 SK㈜ 등 9개 업체에 10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자진신고제(leniency program)가 업계에 씻을 수 없는 '반목'의 불씨를 남겼기 때문이다.

협회 회장사였던 호남석유화학은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전액 탕감받았고,삼성토탈은 30% 감면 혜택을 받았다.

이후 자진신고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업체끼리 원색적 비난을 주고받는 등 반목과 갈등이 확산돼 일부 회원사들은 아예 협회 탈퇴 및 회비 납부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영일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올해 초까지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터라 비난의 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자진신고를 했지만 가장 많은 과징금을 내야 하는 SK㈜는 실제로 협회 탈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정유사로서 석유협회에 가입해 있는 만큼 석유화학공업협회에까지 발을 담그면서,굳이 피해를 입을 필요가 없다는 게 내부 정서"라고 털어놨다.

GS칼텍스는 최근 협회 회비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일단 회비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회비 납부 거부를 지속할지와 협회 탈퇴 여부 등은 차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허원준 신임 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한화석유화학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석유화학업계가 협회 회비 납부를 거부하는 등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조만간 회장단 회의를 통해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