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서 동쪽으로 1.5km 이상 떨어진 테헤란로의 선릉역 일대는 올 들어 오피스텔이 모두 동나고,평당 분양가도 13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강남에서 재미를 보지 못해 고전했던 레지던스 빌딩도 분양이 두 달 만에 끝났다.

강남 일대에 일고 있는 '삼성타운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삼성타운 입주가 4월부터 시작되면서 서초동과 역삼동 일대 '범 강남역상권'은 곳곳이 새단장 열기로 후끈거리고 있다.

삼성타운 뒤편으로 우성아파트앞 사거리까지 오피스 상권이 형성되고 있고,이 일대 음식점들을 필두로 노후 상가의 업종들도 '주택가형'에서 '오피스형'으로 바뀌고 있다.

강남대로 건너 역삼1동과 2동 일대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러브호텔이 난립했던 역삼2동에는 업무시설이 속속 들어서고,20대가 주고객인 서초2동 일대는 삼성 여직원들을 겨냥해 베니건스,TGI프라이데이스 등 유명 레스토랑 체인점들이 최근 들어섰다.

◆협력업체들도 사옥 건설,거대 오피스 상권 변신

우성아파트,가든스위트 등 주택가로 둘러싸인 삼성타운∼우성아파트앞 사거리 일대는 '삼성타운 효과'가 벌써 완연해졌다.

서초 트라팰리스Ⅱ 등 오피스텔 10여개가 들어섰고,이들 건물 1~3층에는 한정식,일식,복어집 등 고급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았다.

D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노후 상가의 업종들도 감자탕,족발,주꾸미 등에서 정통 일식이나 한우고깃집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로변에는 주택가 상권에서 보기 힘든 베트남 쌀국수점이나 인도 요리점도 생겼다.

테이크아웃 점포도 부쩍 많이 생겼다.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샌드위치전문점 사장은 "요즘 샌드위치 가격이 하나에 5000원 이상인 데다 회전율이 한식당보다 훨씬 높아 오피스 근무자들을 상대로 장사하기에 좋은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서초초등학교 인근 상권은 삼성타운에서 나올 직장인들의 저녁 수요를 잡기 위한 변화가 엿보인다.

우선 객단가(1인당 소비지출액)가 1만원 이상 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2년 새 다섯개나 생겼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상가 문의를 할 때 젊은이 대상의 저렴한 음식점이나 퓨전 주점을 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고급 와인바나 레스토랑 자리를 찾는 사람이 70% 이상"이라고 말했다.

삼성타운에서 동북쪽으로 300m 떨어진 역삼1동 국기원 일대에는 삼성타운 입주사 협력업체들이 사옥을 올리고 있다.

이곳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4곳의 상권 지역 중 국기원쪽이 평당 2000만원 수준으로 가장 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타운 후광' 업무용 건물 1만평 확대

작년까지만 해도 모텔촌이 몰려 있던 삼성타운 건너편 역삼2동 일대도 오피스 건물들로 속속 교체되고 있다.

20여개가 밀집했던 모텔 중 현재 남아있는 건 두 곳에 불과하다.

해성부동산 관계자는 "미림타워는 이달 초부터 입주가 시작됐는데 공실이 전혀 없다"며 "현재 다른 부지에서도 업무용 건물들이 건축 중이며 이들 건물 연면적을 합치면 1만평을 넘는다"고 전했다.

직장인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렴한 호프집 등은 고급 와인바로 바뀌고 있다.

와인바는 씨티극장 이면골목에 밀집하는 추세다.

이곳에서 7년째 커피숍을 운영해 온 한 점주는 "최근 들어 와인바나 고급 레스토랑으로 업종을 변경하거나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가게가 부쩍 늘었다"며 "우리 가게도 고급스런 분위기를 내기 위해 내달 중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