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雲午 < 서울대 교수·회계학 >

오는 15일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를 향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 자본시장의 초석(礎石)을 다지는 일이며 동시에 우리 회계기준의 국제적 정합성(整合性)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IFRS 도입 선언 이후 해야 할 일들이다. 당장 급한 것이 IFRS의 충실한 번역과 실무지침 제정 및 이를 교육하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는 IFRS를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대해 우리의 영향력을 증대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첫걸음으로서 IASB가 우리에게 원하는 약 50만달러의 분담금 지급을 바로 시작해야 하며,이를 통해 IASB 내에 우리 지분(持分)을 확보해야 한다. 이 분담금의 지급부담을 정부와 기업이 서로 미루고 있는 현 상황은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한 IASB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우리에게 미칠 득실을 분석하고 필요하면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회계기준제정기구인 FASB와 IASB는 공동으로 새로운 재무보고 개념 체계를 작성 중이다.

IFRS는 원칙위주이므로 개념체계 내용은 향후 새로운 IFRS 제정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IASB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전문기관이 없다는 사실도 매우 우려할 만하다. 만일 우리가 이러한 노력들을 게을리한다면 우리는 IFRS의 단순 소비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IFRS를 도입하는 의미도 크게 퇴색할 것이다.

IFRS 도입을 위한 로드맵에 따르면 2011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은 재무보고를 위해 IFRS를 의무 적용해야 하며,원하는 기업들은 2009년부터 조기 적용할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연결 재무제표가 주(主) 재무제표가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 자본시장에서 사용하는 주 재무제표는 개별 재무제표이며,연결 재무제표는 1년에 한 번씩 작성하는 보조적 성격의 재무제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연결 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가 되므로,상장기업들은 연결 재무제표를 분기별로 작성해야 한다. 연결 재무제표는 지배회사가 모든 종속회사의 재무상태와 재무성과를 합쳐 보고하는 재무제표로서 동일한 지배구조 하의 모든 기업이 하나의 실체가 돼 정보를 작성함으로써 기업투명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IFRS 도입이 주는 또 다른 의미는 IFRS가 규정위주(rule-based)가 아닌 원칙위주(principle-based)의 회계기준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주지하듯 미국 회계기준은 규정위주의 기준으로서 회계처리를 위해 사안별로 매우 세부적인 지침과 기준을 제시하는 반면 IFRS는 재무보고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 위한 회계원칙을 중심으로 제시돼 있다.

규정위주 접근법은 회계처리를 위한 세부지침과 기준이 마련돼 있어서 이를 단순히 따르면 되는 편리함이 있으나,이러한 세부지침이나 기준이 완벽하지 않으므로 미국의 엔론사태에서처럼 비윤리적인 전문가들이 '빠져나갈 구멍(loophole)'을 쉽게 찾아 회계부정을 범할 수 있다.

반면 원칙위주의 접근법은 전문가들이 양심적인 판단에 따라 회계처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만,세부지침과 기준이 미비해 실무 적용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실무 적용상의 애로점만 잘 보완할 수 있다면 원칙위주의 IFRS가 우리나라 회계정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FRS 도입이 주는 세 번째 의미는 이로 인해 우리 자본시장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시장투명성을 향한 노력을 경주(競走)해 왔음에도 우리나라 기업가치의 저평가 현상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다.

IFRS 도입은 단순히 국제수준의 회계기준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자본시장이 선진화됐음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으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