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워키노믹스'가 부상하고 있다는데… 네티즌들이 만든 백과사전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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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지식과 자원 활용하는 '열린기업'이 큰 가치 창출
위키노믹스(wikinomics)가 부상하고 있다.
위키노믹스란 인터넷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든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합성한 말이다.
위키피디아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질문하고 스스로 답변·첨삭해서 만든 백과사전이다.
하지만 수백만명의 지혜가 모아지면서 대기업이 만든 백과사전보다 훨씬 방대한 100만건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하루에만 900만건이 조회되는 대표적인 온라인 사전으로 부상했다.
위키피디아처럼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대규모 협업(mass collaboration)을 촉진한 기업들은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며 문호를 닫은 기업보다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위키노믹스의 핵심 메시지다.
실제 사례를 접해 보면 위키노믹스의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거대 생활용품 업체 P&G의 A G 래플리 회장은 수년 전 충격적인 내부 보고서를 접했다.
P&G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연간 15억달러나 지출하고 있었고 엄청나게 많은 특허도 갖고 있었지만 상용화된 기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적나라한 현실을 목격한 래플리 회장은 R&D 전략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는 우선 특허를 개방했다.
핵심 기술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P&G의 특허 정보를 취득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자체 연구원을 늘리기보다 외부 전문가와 협력을 강화했다.
일례로 감자칩 위에 글자를 적는 '프링글스 프린트'란 제품을 개발하면서 P&G는 인터넷을 통해 기술을 공모했는데 먹을 수 있는 잉크와 인쇄 기법을 개발한 이탈리아 한 대학 교수와 접촉이 이뤄져 불과 1년여 만에 제품을 양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제품은 대박을 터뜨렸다.
이처럼 기업의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인터넷 등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위키노믹스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위키노믹스를 적용한 P&G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외부에서 아이디어나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신상품 비율이 2000년 15%에 그쳤지만 지금은 35%로 높아졌고 2010년 50%까지 늘린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또 연구개발 효율성도 이전보다 무려 60%나 높아졌다.
P&G 소속 연구원은 7500명이지만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9만여명의 두뇌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위키노믹스는 캐나다 컨설팅사인 뉴패러다임의 최고경영자인 돈 탭스콧과 뉴패러다임 컨설턴트인 앤서니 윌리엄스가 만든 용어다.
두 사람은 작년 말 위키노믹스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고 얼마 후 이 책은 아마존 등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들이 위키노믹스를 통해 대규모 협업의 필요성을 주장한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들이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지식이나 자원을 활용할 경우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품 개발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래플리 회장은 "아무리 큰 다국적 기업이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충분히, 그리고 빨리 혁신할 수 없다"며 "대규모 협업을 하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위키노믹스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전통적인 계급이나 위계질서에서 자유로운 동료집단(peer)을 참여시켜야 한다.
이들은 누구의 명령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대로 어떤 일에 참여한다.
일례로 2005년 7월 런던 지하철 테러를 특종 보도한 것은 기존 미디어가 아니라 위키피디아였다.
런던에 거주하던 한 네티즌이 서툰 문장으로 사건을 알렸고 이후 수천 명이 새로운 정보를 첨삭했다.
결국 전 세계 어떤 미디어보다 자세한 내용을 담은 소식이 위키피디아를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이른바 동료집단 제작(peer production)을 통한 가치 창출의 전형적 사례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런 일은 매일 벌어지고 있다.
리눅스가 대표적이다.
소스 코드를 공개한 컴퓨터 운영체제(OS)인 리눅스는 누구의 명령과 통제도 받지 않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갔다.
IBM 같은 거대 회사도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리눅스를 활용한 서버 운영체제 등을 만들어 연간 9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 교육부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첨삭할 수 있게 해 연 4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자발적으로 이런 일에 참여할까.
금전적 보상도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드는 "엔지니어들은 어려운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을 때 머리털이 솟아오르는 것 같은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스로 느끼는 만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물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동료집단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 출세할 수도 있다.
지식과 기술,아이디어를 살 수 있는 장터를 활용하는 것도 위키노믹스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봐야 한다.
위키노믹스 저자들은 아이디어고라스(ideagoras)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아이디어에 아고라(고대 그리스의 광장으로 상거래와 토론이 이뤄지던 곳)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인터넷에 어려운 기술 문제를 올려놓으면 이용자들이 해답을 제시하는 이노센티브(www.innocentive.com) 같은 사이트가 아이디어고라스다.
기업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현상금을 내걸고 문제 해결을 요청하면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답을 제시한다.
전 세계 9만명의 과학자가 이노센티브 같은 사이트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nkkim@hankyung.com
위키노믹스(wikinomics)가 부상하고 있다.
위키노믹스란 인터넷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든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합성한 말이다.
위키피디아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질문하고 스스로 답변·첨삭해서 만든 백과사전이다.
하지만 수백만명의 지혜가 모아지면서 대기업이 만든 백과사전보다 훨씬 방대한 100만건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하루에만 900만건이 조회되는 대표적인 온라인 사전으로 부상했다.
위키피디아처럼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대규모 협업(mass collaboration)을 촉진한 기업들은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며 문호를 닫은 기업보다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위키노믹스의 핵심 메시지다.
실제 사례를 접해 보면 위키노믹스의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거대 생활용품 업체 P&G의 A G 래플리 회장은 수년 전 충격적인 내부 보고서를 접했다.
P&G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연간 15억달러나 지출하고 있었고 엄청나게 많은 특허도 갖고 있었지만 상용화된 기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적나라한 현실을 목격한 래플리 회장은 R&D 전략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는 우선 특허를 개방했다.
핵심 기술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P&G의 특허 정보를 취득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자체 연구원을 늘리기보다 외부 전문가와 협력을 강화했다.
일례로 감자칩 위에 글자를 적는 '프링글스 프린트'란 제품을 개발하면서 P&G는 인터넷을 통해 기술을 공모했는데 먹을 수 있는 잉크와 인쇄 기법을 개발한 이탈리아 한 대학 교수와 접촉이 이뤄져 불과 1년여 만에 제품을 양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제품은 대박을 터뜨렸다.
이처럼 기업의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인터넷 등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위키노믹스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위키노믹스를 적용한 P&G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외부에서 아이디어나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신상품 비율이 2000년 15%에 그쳤지만 지금은 35%로 높아졌고 2010년 50%까지 늘린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또 연구개발 효율성도 이전보다 무려 60%나 높아졌다.
P&G 소속 연구원은 7500명이지만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9만여명의 두뇌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위키노믹스는 캐나다 컨설팅사인 뉴패러다임의 최고경영자인 돈 탭스콧과 뉴패러다임 컨설턴트인 앤서니 윌리엄스가 만든 용어다.
두 사람은 작년 말 위키노믹스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고 얼마 후 이 책은 아마존 등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들이 위키노믹스를 통해 대규모 협업의 필요성을 주장한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들이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지식이나 자원을 활용할 경우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품 개발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래플리 회장은 "아무리 큰 다국적 기업이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충분히, 그리고 빨리 혁신할 수 없다"며 "대규모 협업을 하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위키노믹스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전통적인 계급이나 위계질서에서 자유로운 동료집단(peer)을 참여시켜야 한다.
이들은 누구의 명령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대로 어떤 일에 참여한다.
일례로 2005년 7월 런던 지하철 테러를 특종 보도한 것은 기존 미디어가 아니라 위키피디아였다.
런던에 거주하던 한 네티즌이 서툰 문장으로 사건을 알렸고 이후 수천 명이 새로운 정보를 첨삭했다.
결국 전 세계 어떤 미디어보다 자세한 내용을 담은 소식이 위키피디아를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이른바 동료집단 제작(peer production)을 통한 가치 창출의 전형적 사례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런 일은 매일 벌어지고 있다.
리눅스가 대표적이다.
소스 코드를 공개한 컴퓨터 운영체제(OS)인 리눅스는 누구의 명령과 통제도 받지 않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갔다.
IBM 같은 거대 회사도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리눅스를 활용한 서버 운영체제 등을 만들어 연간 9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 교육부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첨삭할 수 있게 해 연 4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자발적으로 이런 일에 참여할까.
금전적 보상도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드는 "엔지니어들은 어려운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을 때 머리털이 솟아오르는 것 같은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스로 느끼는 만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물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동료집단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 출세할 수도 있다.
지식과 기술,아이디어를 살 수 있는 장터를 활용하는 것도 위키노믹스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봐야 한다.
위키노믹스 저자들은 아이디어고라스(ideagoras)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아이디어에 아고라(고대 그리스의 광장으로 상거래와 토론이 이뤄지던 곳)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인터넷에 어려운 기술 문제를 올려놓으면 이용자들이 해답을 제시하는 이노센티브(www.innocentive.com) 같은 사이트가 아이디어고라스다.
기업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현상금을 내걸고 문제 해결을 요청하면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답을 제시한다.
전 세계 9만명의 과학자가 이노센티브 같은 사이트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