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업계 세계 2위인 유럽의 유니레버는 전 세계 저소득층을 공략하기 위해 회사의 모든 자원을 재편할 방침이다. 성장잠재력이 큰 개발도상국 시장의 소비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의 재배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먼저 유니레버의 근거지인 유럽 지역 인력과 연구소 등을 대폭 통합,정리하고 있다.

최근 유럽 직원 수를 4만3000명에서 3만8000명으로 11% 줄였고 중견 간부 이상 인력도 30% 감축했다.

앞으로 유럽 곳곳에 산재한 60개 식품연구소를 6개로 통합하고 연구원도 1160명 중 240명을 솎아낼 계획이다.

반면 인도 같은 개도국 현지에서 연구 작업을 진행할 인력은 계속 늘리고 있다.

12개 주요 제품군의 글로벌시장 책임자 중 절반을 개도국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 브랜드 매니저들로 채웠다.

또 현지 사업을 이끌 매니저를 뽑기 위해 베트남 정부에 해외 이주자 명단까지 요청했다.

미국 등지에 있는 개도국 출신 인재들을 물색,고국으로 돌아가 유니레버 사업을 맡아달라고 할 참이다.

이 회사는 또 기존 제품을 살짝 변형해서 개도국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이들 시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도국 주민들이 살 수 있는 가격대로 맞추기 위해 몸에 착용하는 탈취제(디오도란트)의 용량을 반으로 줄인 제품을 내놓았다.

태국 등지에선 비누 세제 화장품 등의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남아공에선 저소득층에 맞춘 제품 비중을 90%로 높였으며 내년 예산도 50% 증액했다.

유니레버의 이 같은 전략은 유럽 미국 등 선진국시장에서 세제나 마가린 비누 같은 주력 상품을 판매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선진국 고객의 경우 1위 프록터&갬블(P&G) 브랜드만 찾고 2위 브랜드에는 등을 돌리는 현상이 심해진 것도 한 요인이다.

2위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성적표도 계기가 됐다.

유니레버의 매출 증가율은 1998년 5%에서 2004년엔 0.7%로 내려앉았다.

이후로도 성장세는 지지부진하다.

P&G 매출 증가율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유니레버의 매출 총이익도 작년 13.6%에 그쳤다.

P&G보다 8%포인트 정도 낮다.

제품 개발 경쟁력도 한참 뒤떨어진다는 게 객관적 평가다.

한편으론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생산업체들에 표준화된 제품 공급을 요구하고 있어 부담이 커졌다.

이들 유통업체가 자기 브랜드를 붙여 파는 마가린과 파스타 소스 등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유니레버가 하루빨리 매출을 늘리지 못하면 사모펀드의 인수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런던에 있는 몇몇 사모펀드들이 최근 유니레버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패트릭 체스코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저가 비누나 샴푸 같은 제품들에 맞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려던 기존 전략을 포기해야 했다.

인도 브라질 베트남의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유니레버의 매출 구성을 보면 작년에 이미 개도국시장 매출이 홈그라운드인 서유럽의 매출을 추월했다.

총 530억달러 중 41%를 차지했다.

1990년 22%에서 두 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개도국시장 매출은 2005년 대비 8% 증가했다.

반면 유럽시장은 단 1%,미국시장은 2.3% 성장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유니레버의 개도국시장 매출은 향후 5년 안에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체스코 CEO는 내다봤다.

유니레버에 따르면 아시아에선 매주 40만명이 처음 세탁기를 구매한다.

이들은 자연히 세탁기용 가루세제를 구매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2010년까지 유니레버 제품을 처음 사게 될 소비자는 12억명에 달할 것이라고 이 회사는 전망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