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쇠고기와 개성공단 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 관련 업계와 정치인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축산농가와 시민단체들이 협상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쇠고기와 개성공단 문제가 양국 의회 비준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조문화 작업을 거쳐야 하는 협정문 및 부속서 작성 과정에서 상당한 이견을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준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불신의 눈초리 여전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밤 대국민 담화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그리고 합의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인 기간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약속으로 확인해 주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쌍방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타협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광우병 우려로 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려면 수입위생조건 개정과 도축현장 실사 등 모두 8단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시키면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협상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맥스 보커스 미 상원의원은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완전히 풀 때까지 FTA를 반대할 것"이라며 "세계 과학자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분명히 한 만큼 한국은 과학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고 쇠고기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농업조합연맹의 로즈마리 왓킨스 무역정책국장도 "이번 FTA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는 미국 측의 핵심적인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합의가 없어 아쉽다"며 "FTA에 대한 지지는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는 것을 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트릭 보일 미국육류협회(AMI) 회장도 "미 행정부는 쇠고기시장 개방 전 FTA 협정안을 의회에 회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미국 정치권과 관련업계가 한국 정부를 여전히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FTA 타결 직후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OIE가 미국을 광우병통제국가로 분류하더라도 구속력 있는 기준이 아니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내 위생검역 절차와 기준을 따를 것"이라고 말한 것도 불신을 키운 요인이다.

◆개성공단은 역외가공지역?

쇠고기가 '불신'의 문제라면 개성공단은 '해석과 시각차'의 문제다.

협정문 합의안에는 '개성공단'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 설립에 합의해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이 이 근거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했다.

이태식 주미 대사도 "이번 합의에서 역외가공지역 문제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은 개성공단 문제를 협의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FTA를 계기로 개성공단 사업이 확대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그동안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이번 합의에 개성공단 문제는 들어가지 않았으며 다만 역외가공지역 문제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자는 조항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개성을 역외가공지역의 하나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을 뿐이다.

그는 또 "이번 합의에 따라 북한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못박았다.

양측의 해석에 이처럼 큰 차이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개성공단 문제는 조문화 작업에서 큰 쟁점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현승윤/김현석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