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효과'가 타결 이틀 만에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타결 소식만을 기다리던 양국 기업들이 상대국에 대한 투자 및 제품 구매 확대를 본격 검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되기까지는 아직 2~3년 정도 남은 상태.하지만 양국 기업들은 경쟁업체에 앞서 실력있는 교역 파트너를 선점하고,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서둘러 상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3일 KOTRA가 발표한 '미국 바이어·투자자 반응'에도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나 있다.

KOTRA가 미국 EU 중국 일본 무역관을 통해 현지 투자자 및 바이어들을 접촉한 결과 한국과 교역관계를 맺고있는 상당수 미국기업들이 FTA 타결을 계기로 한국 투자에 나서거나 구매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OTRA 관계자는 "미국의 대다수 바이어와 투자자들은 FTA 타결 전부터 한국 파트너와의 협의를 통해 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바이어와 투자자들이 한국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업종은 역시 자동차부품과 섬유다.

대형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게트락의 바이어 래리 브로만씨는 "FTA에 따른 관세 철폐가 원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업체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디트로이트에 진출한 솔루텍의 김동원 지사장도 "미국 완성차업체의 가격 인하 압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2.5% 관세철폐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섬유업종도 미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루선 텍스타일의 트레비스 벌루 이사는 "폴리에스터 직물관세(14.9%)와 통관비용 절감효과를 감안하면 15.2%의 가격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25~5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가전 기계 전자부품 업종에서도 한국제품 구매 확대 의사를 밝힌 바이어들이 많았다.

전자제품 제조사인 모넥스 프리시전의 브랜든 바이언 구매책임자는 "현재도 무관세로 들어오는 제품이 많아 단기적인 영향은 없지만 FTA 체결로 미국 내에서 한국 제품의 인지도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로 피해가 우려되는 제약산업은 역시 미국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 R&D를 대행하는 SGS사의 스테판 컴에어 부사장은 "다국적기업의 한국식약청 등록 신청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들과 협력해 한국 시장 진출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기 개발사로 한국 투자를 계획 중인 아그마트릭스는 "FTA 여파로 미국 기업의 투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에 투자한 중국과 일본업체들은 한·미 FTA 체결로 한국법인을 통한 대미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환영하면서도,미국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데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