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생산시설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한국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미국 업체들도 제약·의료기기 업체를 중심으로 한국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내 섬유 가전 전자제품 바이어들의 한국 제품 구매 확대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FTA 협상 타결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 전략을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그룹은 미국 픽업트럭 시장 공략을 위한 차량 개발 및 진출 검토 계획을 산업자원부에 전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은 연간 판매 대수만 320만대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그간 관세율이 25%로 높아 진출을 망설여왔다"며 "하지만 FTA 타결로 관세가 향후 철폐되는 만큼 진출의 적기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일단 차량 설계 및 개발 등은 한국에서 진행하고 생산은 좀 더 면밀한 검토를 진행한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미국에 앨라배마 공장이 있는 데다 조지아 공장이 2009년 완공되는 만큼 관세 인하 효과와 수익성 효율성 등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인 포레시아는 한·미 FTA가 타결된 지난 2일 경기도와 자동차 인테리어 제품 R&D 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경기도는 "포레시아사는 한·미 FTA를 계기로 한국의 자동차부품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6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바이어들의 한국 제품 구매 확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뉴욕에 있는 섬유업체인 루선 텍스타일은 3주 뒤 구매 책임자를 한국으로 보내 기존 공급 업체 외에 추가 공급 업체를 물색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트레비스 벌루 구매책임자는 "14.9% 수준인 폴리에스터 직물 관세가 사라지는 만큼 상당한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한국산 수입을 25~50%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조니 샐더나 구매담당 이사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한·미 FTA 타결 전에도 원가 절감을 위해 한국 등으로부터 부품 구입을 늘리고 있던 상황"이라며 "2.5% 관세가 사라지면 한국 부품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용 펌프 생산 기업인 미국 하이드로는 한국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의료기기 제조 업체인 인터그레이티드 DNA 테크놀로지는 한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산자부는 미국의 대형 물류유통·가공업체 한 곳이 국내 투자 확대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전했다.

박준동/오상헌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