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에서 홍보,마케팅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손은진 본부장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걸려오는 3~4개 대학 학생들의 기업탐방 문의전화 때문이다.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들어 "전화나 이메일로 개략적인 정보를 설명해 주겠다"고 말하면 "명함을 받아야 교수님이 학점을 인정해 준다.

꼭 찾아가겠다"고 버티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간을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 본부장은 "1~2년 전까지 고객이었던 학생들인지라 매몰차게 거절하기가 힘들다"며 "최근에는 대형 회의실에 4~5개 대학 학생들을 모아놓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듯이 회사에 대한 설명을 해 준다"고 말했다.

과거 MBA(전문경영대학원 석사)를 밟는 대학원생들 정도가 시도했던 기업탐방 프로젝트가 학부생에게까지 보편화되면서 기업의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부생들의 경우 사전 지식이 부족해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대학원생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학생들이 타깃으로 삼는 기업은 젊은 층에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서비스기업들이다.

특히 메가스터디 NHN SK커뮤니케이션즈 엔씨소프트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업체가 인기다.

입사 희망자가 많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도 '탐방 1순위'로 꼽히는 기업이다.

기업의 대응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메가스터디처럼 '브리핑 제도'를 활용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학생 관리만 전담하는 별도의 인력을 두는 곳도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기업탐방 프로그램'을 회사의 공식적인 행사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전략기획실에서 관리하는 영삼성닷컴을 통해 매주 1~2차례 삼성그룹 계열사 탐방 프로그램 일정을 올리고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참가를 신청하면 현장을 견학하고 회사 임직원들과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

삼성그룹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코스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한 번에 30~45명가량의 탐방단을 모집하는데 학생들이 몰리는 시기에는 경쟁률이 100 대 1에 달한다.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대학생을 상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미래의 고객인 대학생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 같은 행사를 마련했다"며 "버스 한 대 탑승 인원 이내의 지원자를 추려 차량과 중식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대기업들이 영삼성닷컴과 흡사한 기업탐방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대학 경영대 교수들은 학부생들의 기업탐방 보고서가 생각보다 수준이 높아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2학기를 개설했던 '국제경영' 수업에서 기말고사를 기업탐방 보고서로 대체한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 분석을 학부생에게까지 요구하는 학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수업의 난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국내 학부생들의 분석력은 뛰어난 편"이라며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듀크대 등에서 MBA 과정 학생들을 가르칠 때 받았던 보고서에 전혀 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경영대생 "기업 현장 분석 이젠 필수" ... 학부생에도 요구하는 대학 늘어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