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급속한 복지사업 확대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후 전문가들 간에 논쟁이 붙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중앙과 지자체 간 기능 및 재원 배분방식 △복지 재정지출 효율화 △복지사업 속도 조절 등에 관한 것이다.

지자체 현장과 민간 전문가 사이에선 재원 배분보다는 '재정과 현장 상황을 감안해 중앙정부가 복지사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정부 관계자들은 '속도 조절'보다는 지자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 및 재원 배분 쪽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속도 조절 시급 이구동성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에 충분한 재원이 없는 상황에서 복지사업을 늘려 재정위기를 맞게 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며 "복지확대에 맞게 세제와 재정을 정비한 후 복지를 늘려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유태명 광주광역시 동구청장(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광주대표)은 "소방도로만 20여개를 뚫어야 하는데 현재 복지비 때문에 6개 정도밖에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앙정부가 급하게 복지사업을 늘리고 있는데 속도를 조절하든지,재원으로 시·군에만 나눠주는 보통교부세를 주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군 단위 지자체도 위험

이수원 기획예산처 재정운용기획관은 "복지정책의 속도 조절 문제는 고도의 정책 판단이 개입되는 문제여서 실무자로서 답하기 곤란하다"며 "다만 범 부처가 지난해 8월에 발표한 '함께 가는 희망한국 비전2030 전략'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답했다.

이 기획관은 그러면서 "지금으로선 일선 지자체들이 복지사업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단기·중기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용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보통교부세를 못 받는 광역시 자치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령화 등으로 곧 불똥이 시·군 단위 지자체로 옮겨붙게 될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적절한 기능 및 재원 배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예컨대 2005년 보건복지부가 지자체에 예산(분권교부세)과 함께 이양한 149개 복지사업 중 일부는 앞으로 재정소요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다시 중앙정부로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봉 행정자치부 재정정책팀장은 "당장은 사회복지 부담이 많은 지자체에 지원이 더 가도록 국고사업 보조비율과 종부세·교부금의 배분방식을 조정해주는 게 시급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7월께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이양 복지사업을 중앙정부로 환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149개 이양사업의 일부를 환수하거나 분권교부세율(내국세의 0.94%)을 지금보다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인들의 조급증 탓

행자부는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방비 부담심의회'를 최근 구성했으며 이를 통해 앞으로 복지사업을 구상할 때는 지방재정 상황까지 감안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논의가 부질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규식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한국경제신문이 지적한 지방재정난의 근본적 원인은 복지정책을 치적으로 생각하는 참여정부의 조급증 때문"이라며 "현장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를 몰라서라기보다는 복지확대가 더 급하다고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요구는 반영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대선주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현 정부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후세들을 빚더미 위에 앉히는 불행을 막으려면 눈을 부릅뜨고 공약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