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원일초등학교의 외국인 근로자 자녀 특별학급은 '지구촌'으로 불린다.

다문화 사회로 성큼 진입한 한국의 현주소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이 학급에는 몽골 태국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등의 국적을 가진 이주노동자 자녀 12명이 공부하고 있다. 아이들은 특별학급 수업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 등을 익히고 예·체능 교과는 나이에 따라 편성된 일반학급(협력학급)에서 한국 친구들과 함께 배운다.



이달 초 일본 국적의 도모(5학년)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특별학급 아이들과 협력학급(5학년 3반) 친구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일본 사회 전반을 소개하는 '문화교실' 수업이 열린 것.

자원봉사 교사로 나선 데라야 아키 선생님(연세대 재학)은 큼직한 지도를 걸어 놓고 일본 문화와 풍습,그리고 일본 어린이들의 학교생활 등을 소개했고 한국 친구들은 선생님의 설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별학급을 2년째 맡고 있는 손소연 교사는 "아이들끼리는 쉽게 동화되고 어울린다"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별 문제 없는 모습이다. 손 교사는 그러나 적잖은 속앓이에 시달린다고 했다.

우선 아이들의 상급학교 진학이 만만치 않다.

이들을 받을 준비가 돼 있는 중학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초 그는 특별학급을 수료한 외국인 근로자 자녀 2명을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 발이 닳도록 인근 학교를 돌아다녀야 했다.

어떤 기준으로 졸업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애매하다.

중학교에 진학할 나이인데도 모국에서 학교 다닌 이력이 명확하지 않고 한국에서 6학년으로 편입해 1년 정도만 초등학교를 다닌 경우 졸업장을 줘야 하는지,아닌지가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해 1년간 특별학급을 다닌 학생 두 명이 졸업장을 받지 못했고 청강생으로 중학교에 입학해야 했다"며 "올해부터는 어떻게 해서라도 졸업장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은 더 심각하다.

교육부에서는 불법 체류자 자녀라도 정상적으로 초·중·고교 입학과 졸업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강제 출국 위험 등 불안한 신분으로 인해 정규 교육과정 이수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중·고교에 다니는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은 졸업장을 받을 수 없는 청강생이 대부분이다.

손 교사는 "어려운 가정 형편과 불법 체류자 신분인 부모의 처지 등으로 인해 학교에 올 엄두를 못 내는 아이들이 더 많다"며 "초등학교 교육부터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을 학교로 무작정 끌어들이기도 어렵다.

특별학급은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시범학교 프로젝트로 학급당 정원이 15명에 불과하다.

경기도 전체로 원일초등학교와 시흥시 시화초등학교 두 곳뿐이다.

외국인근로자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자연스레 다문화가 형성된 안산이나 시흥에서도 이들 자녀가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다른 지역은 더 심각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