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결혼 가정(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교육을 국가의제로 설정해 본격 지원한다.

전국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자녀가 1만3000명을 넘어섰지만 서투른 한국말로 인해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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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5일 교육과정에 다문화 요소를 반영하고 다문화교육센터를 서울대에 지정해 운영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2007년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및 교과서 다문화 교육요소 반영 △외국인 근로자 자녀 교육권 보장 △교사 역량 강화 등을 핵심과제로 지정해 추진키로 했다.

시·도 교육청 역시 상담센터나 한국어반 특별학급을 운영하고 학부모 연수를 실시하는 등 학교에서의 교육 지원을 강화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교육청이나 대학 등 개별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되거나 다른 사업의 일부로 지원되던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으로 이관해 통합 관리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또 서울대에 '중앙 다문화교육 센터'를 설치해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을 위한 학습지도 교재 개발 및 보급,다문화교육 정책 연구,담당교사 연수를 위한 핵심교원 양성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를 올해 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각종 기관 및 단체에서 다문화 가정 교육 지원과 관련된 사업 신청서를 시·도 교육청에 제출하면 이를 평가·선정해 총 1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공모사업은 다문화가정 학생과 학부모의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해소하고 일반인의 다문화 이해를 높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시·도별로 약 1억원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한다.

우형식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지원 정책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해 본격 추진하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도 취학 전 보육 및 방과후 학습을 지원하고 교사 및 관련분야 전공 대학생과의 멘토를 결성하는 등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을 위한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올해 시범적으로 아동양육도우미를 양성한 뒤 12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이민자 가정에 주3회 찾아가는 방식으로 아동별 발달특성에 적합한 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 역시 서울여성플라자와 함께 이날 '이주여성지원 협력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여성 이민자의 한국어 능력이 자녀의 언어와 정서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한글 및 문화예술 교육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다방면에 걸친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다문화가정 자녀 증가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초·중·고교 학생수는 지난해 7998명에서 올해 1만3445명(4월 기준)으로 68% 늘어났다.

이들 중 대부분은 어머니가 외국인이라 언어 발달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

여성부가 지난해 다문화가정 부부 1177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어 교육을 받아본 외국인 부모는 21.8%뿐이었다.

교사나 학생들이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모자라 이들에게 인종차별적 대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 중 대부분이 아직 초등학생(1만1444명)이라 큰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10년 후쯤이면 우리 사회가 큰 홍역을 치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 다문화교육 센터의 책임자인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학장은 "여러 기관에서 추진 중인 다문화가정 정책을 통합한 뒤 관련 기관들 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더 나아가 다문화가정 인구가 늘어나며 사회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의 학자들과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