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섬 위에 지어진 일본 간사이(關西) 국제공항에 내려 오사카 시내로 들어가려면 5km의 연륙교를 건너야 한다.

이 연륙교를 넘자마자 오른 편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타워크레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올 12월 완공을 목표로 대형 쇼핑몰 건설이 한창이다.

오사카 시내 곳곳에서도 40~50층 높이의 고급 주상복합 빌딩과 오피스 빌딩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혼슈(本州)의 남서부 간사이 지방에서도 핵심인 오사카가 꿈틀거리고 있다.

오사카를 비롯 교토부,나라·효고·와카야마현 등을 일컫는 간사이 지역은 도쿄를 포함한 간토(關東) 지방과 함께 일본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였다.

그러나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의 골이 워낙 깊었던 데다 경기 회복이 수도 도쿄를 중심으로 진행돼 최근까지도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간사이 지방이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요즘 오사카 시내에선 빈 사무실을 찾아 보기 어렵다.

2002년 8.1%였던 주요 빌딩 공실률은 지난해 1% 밑으로 떨어졌다.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유효 구인배율(구인자수/구직자수)도 2003년 말 전국 평균과 같은 0.76배였지만 작년 9월엔 1.29배로 개선됐다.

이 비율은 전국 평균 1.08배보다 높은 것.

소비도 늘어 오사카 지역의 대형 가전양판점 매출 증가율은 10%에 달한다.

2~3%에 머물고 있는 전국 평균보다 4~5배 높은 셈이다.

오사카 시내 상업 중심지 남바 지역에서 지난해 분양된 46층짜리 아파트는 최고층 1억5000만엔(약 12억원)짜리를 포함해 344가구가 단번에 팔려 나가기도 했다.

오사카 경제가 뒤늦게나마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건 마쓰시타 샤프 산요 등 소위 '전자 빅3'의 투자 확대 덕이 컸다.

모두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빅3는 엔저 순풍에다 벽걸이TV 시장이 커지면서 간사이 지방에 투자를 늘렸다.

첫 테이프는 세계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의 선두 주자인 마쓰시타전기가 끊었다.

이 회사는 오사카 북서쪽에 인접한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 2004년부터 총 1조엔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PDP 공장을 건설했다.

앞으로도 2800억엔을 더 투자해 2009년까지 제5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마쓰시타의 투자로 효고현엔 57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고 연간 4000억엔의 소비확대 효과가 발생했다.

샤프는 오사카의 사카이·센보쿠 임해공단에 5000억엔을 투자해 2009년까지 액정TV 공장을 짓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처럼 박막TV 공장이 잇따라 건설되자 관련 핵심 부품인 유리 기판을 생산하는 아사히글라스도 150억엔을 들여 오사카에 신규 공장을 짓고 지난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런 투자가 저절로 이뤄진 건 아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방자치단체들의 투자유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투자 보조금을 크게 늘려 기업들을 유혹했다.

최근 샤프 공장 유치에 성공한 오사카는 이를 위해 종전까지 30억엔이었던 투자유치 보조금 상한액을 150억엔으로 높였다.

마쓰시타는 효고현으로부터 지금까지 170억엔의 투자 보조금을 챙겼다.

지자체의 투자 보조금은 간사이 지역 내 지자체인 미에현이 2003년 처음 도입한 것이다.

당시 미에현은 90억엔의 보조금을 주고 샤프의 액정TV 공장을 유치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시공장입지 제한법을 폐지한 것도 밑거름이 됐다. 인구과밀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주요 도시권에 대규모 공장 신·증설을 제한한 이 법을 2002년 폐지,대도시 권역에 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최근 별다른 제약없이 공장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오사카부(府) 정부 정책기획부 스기야마 히로시 과장은 "간사이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기업들의 투자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과감한 보조금 지원을 시작했다"며 "일본의 전통 경제 중심지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도 행정 규제 등을 더 완화해 기업들이 활발히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사카=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