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중소기업 A사.

전력기자재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다.

10여년 전만해도 조립 용접 설계 같은 생산공정을 공고(전문계 고등학교) 출신들이 도맡아 했다.

이제는 아니다.

이 회사 CEO는 "요즘은 공고 나와서 곧장 회사 오는 사람이 없다. 전부 대졸(전문대 포함) 뿐이다. 과거 고졸이 하던 일을 지금은 대졸이 한다. 하는 일도 똑같고 생산성도 높아지지 않았다. 학력 인플레로 인건비만 올랐
다"고 푸념했다. 이 회사의 신입사원 초임 연봉은 고졸이 2000만원, 전문대졸이 2200만원, 대졸이 2400만원
정도다.

그나마 비싼 임금을 주더라도 사람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A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600억원을 넘고 증시에 상장돼 있는 데도 해마다 1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그는 "일단 오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힘들게 뽑아놓아도 2~3개월을 못 버티고 나가기 일쑤"라며 "배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수위할 사람도, 공장 돌릴 사람도 없는 게 요즘 중소기업의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청년실업자가 쏟아지는 데도 수많은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가 심각하다.

대학 진학률(전문대 포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6년 기준 82.1%로 미국(63.6%),일본(49.1%)보다 월등히 높다.

270만명을 넘어선 대학생 수는 1980년(56만여명) 대비 5배,1990년(136만여명)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 일자리는 1995년 251만개에서 2005년 180만개로 71만개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에 49인 이하 소기업에선 일자리가 151만개 늘었다.

문제는 대졸자들이 소기업을 외면, 기능인력이나 사무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소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5인이상 사업체의 부족 인력은 20만5000명으로 이 중 19만7000명(96%)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대졸자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심각한 청년 전문대졸 이상인 20~29세의 실업률(6.7%)을 낮출 수 없다.

중소기업들은 고졸이면 할 수 있는 일을 대졸자에게 시키는 '학력 과잉'의 피해를 입고 있다.

원하는 인력은 뽑지 못하면서 뽑은 인력에 과도한 대우를 해주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수준도 문제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체 대표는 "관리직 대졸자를 뽑기 위해 5명을 면접했지만 기본 소양이나 업무 능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대학과 정부가 학생선발기준인 내신 반영비율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는 와중에 학력과잉과 학생들의 질적 수준 향상 문제는 본격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과잉 학력 문제를 풀려면 합리적 진로 선택이 이뤄지는 선진국처럼 진로 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수언/주용석 기자 indep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