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꼽히는 기업어음(CP)마저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신용 경색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다시 한번 급락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07.61포인트(1.57%) 급락한 13,028.92로 마감돼 13,0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와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도 각각 1.70%와 1.82% 동반 하락했다.

이와 관련,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5일 신용 경색으로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7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뉴욕 증시의 급락은 15일 아시아 증시에도 그대로 전염돼 도쿄의 닛케이 평균주가가 2.19%,홍콩 항셍지수가 2.87%,자카르타 JSX지수가 6.44% 떨어졌다. 유럽 증시도 약세로 출발했다. 홍콩 SG증권의 앤드루 클라크씨는 "투자자들이 손을 놓아 버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글로벌 증시가 다시 동반 급락한 것은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이 미국 경제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동향에 직접 영향을 받는 월마트는 이날 올해 주당순이익 예상치를 종전 3.15~3.23달러에서 3.05~3.13달러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3분기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월가 전망치(주당 68센트)보다 낮은 65센트로 제시했다.

이미 지난 2분기 중 미국의 개인 소비지출은 1.3% 증가하는 데 그쳐 전분기(3.7%)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지난 6월의 경우 증가율이 '0%'일 정도로 침체 기미가 역력하다.

이런 추세라면 주택경기 침체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역자산 효과(reverse wealth effect)'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비가 위축될 경우 고용과 생산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줘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

씨티그룹은 이를 반영해 올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9%에 그치고 실업률도 내년에는 4.9%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 경색 현상은 더욱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의 17개 기업은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발행에 실패했다.

ABCP 등 단기 자산에 투자하는 센티넬 매니지먼트 그룹도 유동성 부족으로 환매 중단을 승인해 달라고 감독당국에 요청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