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파문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금융위기다.

파생상품과 과잉유동성이 결합하면서 '리스크의 글로벌화'와 '리스크의 극대화' 현상이 초래된 만큼 이에 걸맞은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당장의 신용공포를 해결할 방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보다 단기유동성 공급이란 해결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의 금리인하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무서운 것은 피해액이 얼마이고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는 점이다.

새끼에 새끼를 치는 파생상품의 특성과 여전히 베일에 가린 헤지펀드의 운용방식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 1건이 일어나면 이를 담보로 모기지담보채권(MBS)과 자산담보부증권(CDS) 등 줄잡아 10여개의 파생상품이 만들어져 유통된다고 말한다.

헤지펀드는 이런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담당 회계법인도 모르는 스와프거래 등 온갖 첨단기법을 동원한다.

파생상품과 첨단기법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무대로 통용된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자산팽창'이 이뤄지다가 순식간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헤지펀드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선진 7개국(G7) 정상들에게 편지를 보내 "G7이 금융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공동 모색하자"고 제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정부가 지난 15일 헤지펀드를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에 관한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더 자세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초안을 승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의회에서 다시 헤지펀드 감독강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런 필요성을 인정한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장기적 과제다.

현재의 위기를 치유할 수는 없다.

그래서 떠오르는 게 FRB의 기준금리 인하다.

16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오후 한때 343포인트나 급락했다.

FRB가 이날만 170억달러의 단기유동성을 긴급히 풀었지만 별무효과였다.

그러나 장 마감 30분을 남겨놓고 다우지수는 극적으로 U턴하며 15.69포인트 하락한 상태에서 마감됐다.

다름아닌 'FRB가 기준금리 인하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가히 폭발적이다.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심리적 공포를 일시에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데다 △소비침체 기미등 경제에 나타나는 악영향을 선제적으로 방지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돼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 선물시장에서는 FRB가 오는 9월18일 열릴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연말에 추가로 0.25%포인트 낮출 것이란 전망을 반영해 연방기금 선물가격이 형성돼 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잰 해치우스는 "지난 7월 주택착공 실적과 건축허가 건수가 10년 만에 최저로 나타난 것에서 보듯이 경제에 대한 영향은 이미 시작됐다"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FRB가 통계를 통해 경제에 대한 영향을 확인하려 하지만 그 때는 너무 늦다"며 즉각적인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그렇지만 FRB는 요지부동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FRB와 금리인하 반대론자들은 △현재 위기는 비용상승에 따른 경제위기가 아닌 유동성위기일 뿐이며 △경제의 펀더멘털도 여전히 양호한 데다 △섣불리 금리를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약세등 엄청난 후유증만 초래할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윌리엄 풀 세인트 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지 않다"며 "참사(calamity)가 발생하기 전에 금리인하를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도 "최근 사태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지만 경제와 시장이 이를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 경기침체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FRB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인 가브리엘 스테인은 "중앙은행은 단연코 실패한 투자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시장에서도 금리인하 반대론이 있음을 나타냈다.

관건은 역시 풀 총재가 말한 '참사'가 발생하느냐 여부다.

단기유동성 쏟아붓기로 신용위기가 진정되면 다행이다.

그렇지만 위기가 확산돼 참사로 비화한다면 FRB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골드만삭스의 표현을 빌리면 상황은 극히 유동적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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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 과잉유동성

돈이 시중에 많이 풀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0년 연 6.5%에 달했던 금리를 2003년까지 1%로 내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와 과잉유동성이 촉발됐다.

돈이 지속적으로 넘쳐나면 인플레이션은 물론 증시과열,부동산 자산 거품 등의 폐해가 뒤따른다.



◆ 재할인율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 이 금리를 낮추면 은행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 시중에 돈을 더 많이 풀 수 있게 된다. 개인은 은행에서 빌리고 은행은 중앙은행에서 다시 빌린다는 점에서 재할인이라고 한다. 일반대출 금리 등을 직접 떨어뜨리는 기준금리 인하와 달리 효과가 유동성 확대로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