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불똥이 원자재 시장으로도 옮겨 붙었다.

세계 경기 위축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구리 알루미늄 원유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베팅해 온 투기 세력도 서둘러 발을 빼는 양상이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3개월분) 가격은 전날에 비해 7.7% 급락한 t당 6750달러로 마감됐다.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알루미늄 가격도 10개월래 최저치로 가라앉았고 금값은 2.5% 떨어졌다.

아연 가격도 8%가량 폭락했다.

미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건설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주요 금속 가격을 끌어내렸다.

광산업체의 주가도 덩달아 힘을 잃어 세계 광산업계 1,2위 업체인 BHP와 리오틴토의 주가가 각각 7.3%와 7% 떨어졌다.

뉴욕시장에서 거래된 원유 가격도 내림세를 보였다.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3% 가까이 빠진 배럴당 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4%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런던시장의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69.27달러로 하루 전에 비해 3.3% 하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악화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데다 멕시코만에 허리케인이 몰아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더해져 원유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나타냈다.

영국 투자회사인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는 "금융시장의 충격이 곧 석유 수요 감소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조만간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안팎으로 추가 하락한 뒤 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발 물가상승)'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농산물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커피원두 선물은 지난 13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6일까지 사흘 연속 떨어졌다.

하락폭은 8.5%에 달했다.

면화 역시 파운드당 52.05센트로 5.2% 가라앉았다.

최근 2년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 밖에 콩도 3일째 약세를 이어갔고 옥수수 가격도 1% 이상 떨어졌다.

주요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은 그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글로벌 경기 호황을 배경으로 급등세를 지속했다.

여기에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세력까지 시장에 가세,원자재와 농산물 값을 천정부지로 밀어올렸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파장이 예상외로 증폭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발 모기지 충격이 금융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실물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 것이다.

이에 따라 더 큰 손실을 입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수요가 급증,원자재 시장에 '팔자' 주문이 늘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관계자들은 헤지펀드 등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던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입은 손실을 메울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재와 농산물 선물을 대거 내다판 것도 하락세를 부채질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