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桂燮 < 서울대 교수·경영학 >

북대서양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태평양 상에서 태풍이 일어난다는 카오스 이론이 맞는 걸까.

서브프라임 주택대출 부실로 일어난 미국의 신용 경색이 우리 증권 시장에 미친 영향은 가히 쓰나미급이다.

정부에서는 우리 금융시장에는 직접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고 했지만 증시 하락률은 미국의 세 배 이상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환류로 인한 하락이 겹쳤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우리보다 더 큰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세계에서 세 번째인 우리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하락을 촉발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왜 하필이면 경제기반이 튼튼하다는 우리나라에서 회수해 나가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개방이 안 된 중국 다음으로 상승폭이 높아 연초 대비(對比) 40.4%가 상승했다.

주가수익비율(PER)도 신흥시장으로서는 가장 높아져서 차익실현의 유혹이 커졌다.

펀드매니저들이 준거(準據) 기준으로 삼는 모건스탠리의 세계주가지수인 MSCI 신흥시장 비중에서 한국의 주가상승으로 인해 한국 비중을 줄여야 했다.

주가 상승에 따라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게 될 상황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고 이를 기관투자가와 개인이 소화한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요인은 없는 걸까.

증권 시장 격언 중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를 잘 알면서도 항상 떨어지고 나서야 무릎을 치는 투자자들은 시장 대세를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과잉대응하기 때문에 헤어나기 어렵다.

주가지수 2000이라고 좋아할 때 많은 사람들은 매도 시점을 찾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조그만 불꽃에도 대폭발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이번의 하락으로 저점매수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과연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와 이번 하락 기간이 얼마나 갈 것인가가 관심사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지난 3월 이전(以前)부터 예고되었던 사례이고 엔 캐리 트레이드 환류 사태도 시나리오에 있었다.

그런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 금리 인하는 아주 급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사태의 위급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일 뿐이다.

각종 투자이론에 의한 투자 프로그램이 발전해 금융공학이라고까지 부르는 오늘날의 증권투자는 혼돈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증권투자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과거에 비해 아주 복잡해졌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각종 이론과 상품의 개발이 리스크를 산재(散在)시켜 이를 발견하기 어렵게 하고 그 피해가 어디로 퍼질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모기지 담보채권으로 연결되고 이어 각종 파생상품으로 발전하므로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모르게 된 것이다.

미국은 과거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에 이어 금리인하 조치로 깊숙이 개입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는 이제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 국가간 금리차이 축소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과 아울러 환율의 극심한 변동을 초래한다.

현재 엔화의 급등은 일본과 경쟁상태에 있는 수출 기업에는 유리하지만 일제(日製) 수입시장인 우리나라로서는 엔화 부채(負債)와 함께 장기적으로 큰 짐이 된다.

이제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의 수습은 각국 중앙은행의 몫이다.

우리나라 정책당국으로서는 투자자 보호가 최선의 책무라는 것을 인식하고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세계 금융환경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따라서 모든 상황변화에 따른 대응책은 미리 시나리오로 마련해 놓아야 한다.

증권 시장에서는 주가 상승기에 신용 거래 비중을 조절하고 파생상품 시장과 함께 대주시장을 개발했어야 했다.

주가 하락기에는 신용확대와 아울러 금리조절과 이연(移延) 기간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코스피를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는 것을 계속 추진해서 한국 비중의 감소를 막아야 할 것이다.

우리 시장도 이제 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