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지만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고인 미국의 68% 수준에 불과하고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노동기구(ILO)가 3일 배포한 '노동시장 핵심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52개 국가 중 근로자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2200시간을 넘는 나라는 한국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등 6개국이었으며,이 가운데서도 한국의 근로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한국은 가장 긴 근로시간에도 불구,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은 물론 경쟁 상대국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국의 68% 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경쟁 상대국인 홍콩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90%,싱가포르는 80%,대만은 70% 수준이었다.

태원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 현장에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노동비용만 올라가다보니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며 "도요타처럼 인력을 철저히 운영하고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한다면 노동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호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도 "생산성은 국가 경제력과 산업구조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느슨한 근무형태가 생산성을 떨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근로시간 관리부터 타이트하게 바꿔야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유럽의 '강소국'들은 미국에 이어 노동생산성 최상위 그룹을 형성했다.

미국 근로자는 1인당 연간 소득이 6만3885달러로 조사됐으며 아일랜드 5만5986달러,룩셈부르크 5만5641달러,벨기에 5만5235달러,프랑스 5만4609달러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근로자 노동생산성 수치는 국내총생산(GDP)을 취업자 수로 나누어 산출한 것이다.

미국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성도 노르웨이에 이어 2위로 집계됐다.

이는 근로시간보다는 정보ㆍ통신기술(ICT) 발달에 따른 효율성 제고도 큰 기여를 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근로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총 1804시간 동안 일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근로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비교 대상인 노르웨이 1407.1시간,프랑스 1564.4시간과 비교하면 미국 근로자는 연간 300~400시간 정도 더 많이 일을 한 셈이다.

ILO는 보고서에서 "미국 등 선진국가와 빈곤국 사이의 노동생산성 격차 확대가 더욱 심화했다"면서 "남아시아,중남미,중동지역의 근로자는 더 많은 생산성을 올릴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ㆍ훈련 및 장비,기술에 대한 투자 부진 때문에 발목이 잡혀있다"고 분석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안정락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