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엘리베이터 등 다른 기준도 맞춰야

건교부, 대로변만 면적제한 완화 추진

PC방 등록제의 핵심 쟁점은 등록제 자체가 아니라 등록요건 중 '건축법 상의 면적제한'과 '1종근린생활시설'이다.

지난해 5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2종근린생활시설에 게임업소가 들어설 경우 매장 면적이 150㎡(45평)를 넘을 수 없다.

면적 제한은 당초 500㎡였던 것을 건교부가 150㎡로 줄였다. PC방 사업이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 매장 면적이 150㎡ 이상인 PC방은 등록하지 못해 폐업하거나 면적을 줄여 이전해야 한다. 150㎡ 이상 PC방은 전체 PC방의 60%나 된다.

작년 5월 이후 개업한 150㎡ 이상 PC방은 1000~1500개이다. PC방을 열 수 없는 1종근린생활시설에 들어서 있는 PC방도 문제다. 지금까지는 자유업이라서 크게 문제삼지 않았지만 등록제로 바뀌면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런 PC방이 5000개가 넘는다.


◆영업 8년째인데 불법이라니…

서울 신림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장준영씨(46). 1999년 스타크래프트 붐을 타고 PC방을 열어 8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 PC 15대로 시작한 사업이 점점 커져 지금은 PC가 100대에 달했고 매장 면적이 300㎡를 훌쩍 넘겼다. 2000년대 초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등록 시한인 11월17일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주택가 상가(1종근린생활시설)에 위치한 데다 면적 제한에도 걸리기 때문이다.

장씨는 "사고 한 번 안내고 깨끗하고 안전한 PC방 이미지를 유지해왔다"며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사업을 했는데 갑자기 그만둬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옮겨갈 곳도 마땅치 않다"면서 "그 많은 PC방이 한꺼번에 문을 닫으면 경기에 미칠 악영향도 클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사이버파크 존앤존 등 주요 PC방 프랜차이즈의 경우 매장 면적이 150㎡를 초과하는 가맹점이 90% 이상이다. 150㎡를 초과하면 판매시설로 전환해야 하는데 요건이 까다롭다. 주차공간과 진입로를 확보해야 하고 엘리베이터를 키워야 한다. 계단 출입문 정화조 등 다른 기준도 맞춰야 한다. 장씨는 "큰 PC방 중에 이런 조건을 다 충족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문 닫으라는 소리가 아니고 뭐냐"고 반문했다.


◆칼자루 쥔 건교부는 딴청

PC방 등록제의 주무 부처는 문화관광부이지만 칼자루는 건설교통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건교부는 등록제로 전환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문화부,인터넷PC문화협회 등과 협의하고 있다. 건교부 건축기획팀의 신재호 주무관은 "국무조정실에서도 논의가 돼 150㎡인 PC방 면적 제한을 300㎡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입법예고는 안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올해 초 PC방 면적 제한이 과도하다는 안건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300㎡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규개위에 보고했다. 하지만 PC방 업계는 "건교부가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비판한다. 조영철 인터넷PC문화협회 국장은 "건교부는 건물 앞에 폭 12m 이상의 도로가 있는 PC방만 면적 제한을 완화한다고 단서를 달았다"며 "이 정도면 왕복 4차선인데 이면도로나 상가밀집지역에 있는 PC방 중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10%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PC방 업주들 업종 전환

PC방 사업은 2005년 정점에 달한 뒤 급격히 꺾였다. 지난해 '바다이야기' 파문과 성인PC방 사태가 터진 뒤 규제가 강화되는 바람에 문을 닫는 PC방이 속출했다. 2005년 2만2171개였던 PC방은 지난해 2만986개로 줄었다.

PC방 사업자들은 업종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사이버파크를 운영하는 밸류스페이스는 해외 진출과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추진 중이다. 2위권 PC방 프랜차이즈인 존앤존PC방은 최근 PC방과 무관한 외식업에 진출했다. 인터넷PC문화협회 조영철 국장은 "이대로 가다간 3년 안에 PC방이 대부분 사라질 판"이라고 우려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도한 규제는 PC방의 대형화,고급화를 주도해 온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곤경에 빠뜨리면서 PC방 영세화를 촉진하는 반면 성인PC방을 단속하는 효과는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건전한 PC방 업주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