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 1000만달러 기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는 비전이 있습니다.

또 패션이 있고 창조력을 갖췄습니다.

KAIST를 세계 최고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서남표 총장의 의지와 비전에 감동을 받아 이번에 기부를 하게 됐습니다.

국내 이공계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재미사업가인 박병준씨(73·미국 산업제품안전성시험평가연구소 설립자)는 19일 KAIST에 발전기금 1000만달러(약 94억원)를 기부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돈은 어차피 죽을 때 가져갈 것이 아니다"며 "국내 이공계 대학에서 세계적인 인물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도 기부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공대 섬유공학과 재학 때인 1953년 미국으로 건너간 박씨는 1986년 무역 제품의 품질 및 안전성 검사를 주로 하는 산업제품안전성시험평가연구소(MTL)를 설립해 많은 돈을 벌었으며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2001년에 프랑스의 국제 품질검사기관인 뷰로 베리타에 이 회사를 20억달러에 매각했다.

현재 그는 이 회사의 특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씨는 MIT 재학 시절 서 총장과 선후배 사이로 인연을 맺어 40년 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다.

"서 총장은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으로 재직하면서 학과 혁신을 성공시켜 세계 최고의 학과로 만든 경험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의 KAIST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감안한다면 이 대학도 세계 톱 클래스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박씨는 앞서 국내에서 춘천해양장학재단 설립(11억원),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석좌직 설립(10억원),서울사대부고 장학재단 설립(5억원) 등을 비롯해 단석장학재단,춘천여고,한미교수연합회 등 여러 학교와 단체에 장학금을 기부했다.

그는 지난해 KAIST의 총장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데 이어 기업의 사회 환원에 앞장서 활동한 공로로 올해 2월 KAIST에서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과 경쟁하려면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문화가 활성화돼 교육과 연구에 재정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비록 적은 돈이라도 기부자가 많아지면 티끌 모아 태산이 될 수 있습니다."

KAIST 관계자는 이 자금을 새로운 분야의 융합연구를 주도할 카이스트연구소(KI·KAIST Institute) 설립에 쓸 계획이라며 "박씨의 뜻을 기려 신축 KI 건물을 그와 부인의 이름을 딴 '박병준-홍정희 KI빌딩'으로 이름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