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공기업 신설에 열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공기업의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 작업은 아예 포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기업 방만경영의 근본적 치유책인 '민영화'작업은 사실상 중단됐고,정리돼야 할 공기업조차 영업시한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질질 끌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4월 공공기관운용법을 시행하면서 1998년 이후 민영화대상이었던 한국가스공사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3개 기업을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공기업으로 재분류시켰다.

이들 3개 기업은 자율경영을 통해 시간을 갖고 시장에 적응시켜 민영화하기로 하고,특별법(공기업의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까지 만들어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도록 했던 기업들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공공기관법을 제정,특별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이들 기업을 4월부터 공기업으로 편입시켰다. 해당기관도 똑같은 공기업인데 관리가 안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해당 기관 인사권은 정부에 회수됐고 정부로부터 경영실적 평가를 받게 되는 등 사실상 민영화 가능성은 백지화됐다. 민영화 추진 10년 만이다.

참여정부는 또 국민의정부 이후 추진돼 왔던 한국전력 지역난방공사 등의 민영화 작업도 무기한 유보시켰다. 국민의정부는 1998년 이후 4년 동안 '제1,2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을 통해 11개 중 8개를 민영화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민영화에 반대하는 발전노조와 가스공사 노조의 파업 진행 중에 임기를 시작한 참여정부는 이들 기업의 민영화 정책을 유보시키고 이들 기업의 몸집 불리기를 제역할을 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용인했다.

뿐만 아니다. 참여정부는 정리해야 할 공기업들조차 시한을 늘려 연명시켜 공기업 모럴해저드를 더욱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부실채권을 처리(회수·정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정리금융공사의 경우 1999년 말 3년 시한으로 설립됐으나 2002년 영업기한을 1년 연장(1차)한 뒤 2003년에는 아예 기한을 5년으로 바꿔 2007년 말까지 영업(2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기관은 다시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2012년까지 영업을 연장(3차)할 수 있게 된다. 분위기는 이미 연장쪽으로 기울은 듯하다.

소속을 밝히기 거부한 한 관계자는 "예보로부터 받은 부실채권들은 이미 88%가량 처리됐지만 최근 부실 저축은행 채권들을 새로 받아 그 업무가 80% 이상 남아 있는 상태"라며 "이런 업무를 계속 처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대부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예금보험공사 간부 4명이 파견돼 여기서 월급을 받으며 대표이사와 상근이사직 2자리,비상임감사직 1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